필리핀 가사도우미를 불법으로 고용한 혐의를 받는 조양호 한진(002320)그룹 회장 부인 이명희 전 일우재단 이사장이 16일만에 두 번째 구속영장 심사를 받았다. 이 전 이사장은 “불법 고용을 지시했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한숨과 함께 “(조사에)성실히 임하겠다”는 답만 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허경호 영장전담부장판사는 20일 오전 10시30분부터 출입국관리법 위반 혐의를 받는 이 전 이사장에 대해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가졌다. 앞서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외사부(김영현 부장검사)는 법무부 산하 서울출입국외국인청 이민특수조사대(고석곤 조사대장)가 신청한 구속영장을 지난 18일 법원에 청구했다. 이 전 이사장의 구속 여부는 이날 늦은 밤께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법원에 출석한 이 전 이사장은 필리핀 가사도우미 불법 고용 지시와 폭언·폭행 의혹 여부에 대한 질문에 별다른 답을 하지 않았다. 착잡한 표정으로 한 차례 한숨만 쉰 뒤 “(조사에)성실히 임하겠다”는 말이 전부였다.
출입국 당국은 대한항공(003490) 본사 등을 압수수색해 얻은 내부 e메일 등을 통해 회사에 아무런 직함이 없는 이 전 이사장이 대한항공 비서실·인사전략실·마닐라지점을 동원해 필리핀 가사도우미의 허위 입국을 지시·보고받은 정황을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국은 법원의 구속영장 발부 여부를 지켜본 뒤 보강 조사를 거쳐 다음주께 이 전 이사장을 검찰로 송치할 예정이다.
이 전 이사장은 지난 4일에도 운전기사와 경비원, 한진그룹 직원 등을 폭행한 혐의로 영장실질심사를 받았다. 당시 심사를 맡았던 서울중앙지법 박범석 영장전담부장판사는 “사실관계에 관해 다툼의 여지가 있다”며 영장을 기각했다.
/윤경환기자 ykh2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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