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전·현직 국회의원 99명에게 불법 정치자금을 후원한 혐의(정치자금법 위반 등)로 신청한 황창규(65) KT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검찰에서 기각됐다.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양석조 부장검사)는 20일 황 회장 등 KT 경영진의 구속영장을 기각하고 수사 주체인 경찰에 보완수사를 지휘했다. 혐의 소명을 위해선 불법 자금이 건네진 것으로 경찰이 본 수수자 측에 대한 조사가 더 필요하다는 취지다.
검찰은 “구속할 만한 수준의 혐의를 소명하려면 (금품)수수자 측 조사가 상당 정도 이뤄질 필요가 있지만, 수사가 장기간 진행됐음에도 수수자 측인 정치인이나 보좌진 등에 대한 조사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공여자와 수수자가 있는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의 특성상 검찰은 자금을 받은 쪽에 대한 조사가 필수적이라고 본 것이다.
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황 회장과 구모(54) 사장, 맹모(59) 전 사장, 최모(58) 전 전무 등 KT 전현직 임원에게 정치자금법 위반과 업무상 횡령 혐의를 적용해 지난 18일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이들은 2014년 법인자금으로 상품권을 사들인 뒤 되팔아 현금화하는 ‘상품권깡’ 수법으로 비자금 11억5,000여만원을 조성했다. 그리고 이 가운데 4억4,190만원을 불법 정치후원금으로 쓴 혐의를 받는다.
경찰은 “불법 후원금을 제공한 사실이 분명히 확인된 만큼 영장을 청구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며 반발하면서도 기각 사유를 검토해 영장 재신청 여부를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지금까지 수사팀과 검찰 간 기록이 여러 차례 오가는 과정에서 수수자 수사를 어떻게 하겠다는 부분을 검찰에 분명히 얘기했다”며 “그 부분이 없다고 사건이 안 되는 것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권혁준인턴기자 hj7790@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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