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킬러이야기지만 아들에게 남겨줄 수 있는 이야기를 쓰려고 했습니다. 그래서 킬러가 악인만 죽이는 것으로 설정하고 암살 대상이 잠든 사이에 죽이는 것이 아니라 공정하게 깨워서 싸운 후에 죽이도록 했죠.”
지난 19일 강남 드림플러스에 열린 신간 ‘악스’ 출간 기념 북토크에서 일본 작가 이사카 고타로는 아들의 존재가 책에 많은 영향을 끼쳤다고 전했다. 이전 킬러시리즈를 쓸 때보다 아들이 많이 자랐고 가족이 더욱 소중하다고 생각하게 됐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이야기도 그렇게 설정됐다는 것. ‘악스’의 주인공 ‘풍뎅이’는 킬러지만 공처가이자 아들에게 ‘되도록 공정하라’는 가르침을 강조하는 아버지로 그렸다.
이번 북토크는 한국에서도 영화화된 ‘골든 슬럼버’로 알려진 이사카 고타로의 첫 방한 행사다. 지난 2015년에 북토크가 예정돼 있었으나 메르스 사태로 취소된 바 있다. 이날 북토크 현장에는 200여 명의 한국팬이 모였으며, 몇몇 팬들은 40분 전에 미리 와서 대기하기도 했다.
‘악스’는 킬러들의 세계를 그린 전작 ‘그래스호퍼’와 ‘마리아비틀’에 이어 7년 만에 출간되는 킬러시리즈다. 최고의 실력을 가진 베테랑 킬러지만 집에서는 아내가 깰까봐 소리가 나지 않는 소시지를 몰래 먹는 공처가 ‘풍뎅이’의 이야기를 담았다. 혹시 공처가인 주인공의 모습이 본인과 닮았냐는 질문에 그는 “와이프는 그렇게 무서운 사람은 아니지만 굉장히 신경 쓰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기발하고 독특한 이야기를 선보이는 작가는 재치 있고 유머러스한 문장을 구사한다. 그 비결에 대해 그는 “어느 순간 쓰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고 느꼈을 때 쓴다”며 “특별한 비결은 없다”고 말했다. 다만 “책 제목을 짓는 것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하는데, 책 제목이 재미없으면 글을 전혀 쓸 수 없다”고 덧붙였다.
그는 동일본 대지진 이후로 작품 세계에 어떤 변화가 있었냐는 질문에는 “이왕이면 제 책을 다 읽고 난 다음에 책을 덮고 난 순간 고개를 숙이기보다는 앞을 향해서 나아갈 수 있는 긍정적인 소설을 쓰고 싶다”며 “세상은 힘든 일로 가득 차있기 때문에 소설은 마음 한구석을 따뜻하게 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김현진기자 stari@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