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바이트 소개를 받으려 집을 나갔다가 실종된 강진 여고생의 ‘아빠 친구‘가 유력 용의자 선상에 오른 이유는 여러가지다.
강성복 전남지방경찰청장은 20일 “실종된 A(16·고1)양과 만나기로 했던 B(51)씨의 행적을 수사한 결과 의도와 목적이 분명한 것으로 판단돼 용의자로 보고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B씨는 실종 일주일 전 A양의 학교 근처에서 A양을 우연히 만나 아르바이트를 시켜주겠다며 제안하면서 B씨는 “알바하는 것을 다른 사람에게는 절대 말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가족끼리 서로 잘 알고 있던 상황에서 B씨의 행동은 수상했다.
그의 이상한 행적은 A양이 사라진 지난 16일에도 계속됐다. A양이 집을 나설 당시 B씨의 검은색 승용차가 A양의 집과 600여m 떨어진 곳 CCTV에 찍혔다. B씨의 승용차는 도암면 지석마을로 들어간 뒤 2시간 넘게 지나 마을을 빠져나왔고 오후 5시 35분께 강진읍의 집에 도착했다. 짙은 선팅으로 A양의 동승 여부는 확인할 수 없었다.
B씨는 당시 휴대전화를 집과 인접한 자신의 가게에 두고 외출했으며 승용차 블랙박스도 꺼놓았다. 그는 평소 첫째 아들과 차량을 번갈아 사용했으며 평소에도 차에 탈 때마다 블랙박스 연결선을 뽑아 놓아 지난달 25일에 녹화된 영상이 가장 최근 것인 것으로 확인됐다.
집 인근 CCTV에는 B씨가 귀가 후 의류로 추정되는 물건을 불태우고 세차를 하는 모습도 찍혔다. 밤까지 돌아오지 않은 A양을 걱정한 어머니가 찾아왔을 때도 B씨는 의심스러운 행동을 반복했다. 가족들과 잠자리에 들려고 했던 B씨는 오후 11시 30분께 초인종이 울리자 자신의 가족에게 “불을 켜지 말라”고 했다. B씨는 다른 가족이 문을 열기 위해 밖으로 나간 사이 뒷문으로 달아났다.
A양 어머니는 경찰관인 친척에게 A양이 귀가하지 않은 사실을 알렸고 “직접 신고해 당장 위치 추적 등을 할 필요가 있다”는 조언을 받아 17일 오전 0시 57분에 경찰 112 종합상황실에 신고했다. 경찰은 A양 어머니의 신고 내용을 토대로 우선 B씨의 행방을 추적했지만, 그는 집에 휴대전화를 두고 달아나 자취를 감췄다.
B씨는 신고 6시간여만인 17일 오전 6시 17분께 집 근처 철도 공사 현장에서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됐다. 부검 결과 B씨가 저항하거나 다른 사람과 접촉한 흔적은 없었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판단된 배경이다.
경찰은 B씨가 A양에게 연락한 기록이나 직접 만난 증거는 확보하지 못했지만 위와 같은 정황 증거들을 토대로 B씨를 실종 사건 용의자로 보고 있다. 강 청장은 “B씨 주거지와 가게, 차량을 수색했지만 A양의 흔적은 나오지 않았다. 차 안 유류품 80여점에 대해 정밀 감식을 의뢰했다”며 “마지막 휴대전화 신호가 잡힌 도암면 일대를 집중 수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서영인턴기자 shyu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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