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최국 러시아가 ‘비밀병기’ 데니스 체리셰프(28·비야레알)와 ‘행운’에 힘입어 기세를 올리고 있다.
러시아는 20일(이하 한국시간) 상트페테르부르크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러시아월드컵 조별리그 A조 2차전에서 이집트를 3대1로 물리쳤다. 1차전에서 사우디아라비아를 5대0으로 완파한 러시아는 2승(승점 6·골득실 +7)으로 조 1위를 달려 16강행 티켓에 바짝 다가섰다. 러시아는 축구에서도 강세를 보였던 구소련의 해체 이후로는 하위권에 처져 현재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70위에 머물러 있다.
약체라는 평가를 받던 러시아의 돌풍에는 체리셰프가 있다. 그는 2골을 터뜨렸던 1차전에 이어 이날 2차전에서는 1대0으로 앞선 후반 14분에 이집트 골문 정면에서 왼발로 추가 골을 기록, 포르투갈의 ‘슈퍼스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레알 마드리드)와 나란히 3골로 득점 공동 1위에 올랐다. 두 경기 모두 경기 최우수선수로 선정됐다. 체리셰프는 공격수로 활약한 아버지 드미트리 체리셰프(49)에 이어 2대째 러시아 대표로 뛰고 있다. 스페인에서 축구 자양분을 섭취한 이력이 눈에 띈다. 5세 때 아버지가 스페인프로축구 스포르팅 히혼과 계약한 게 인연이 됐다. 레알 마드리드 유소년 아카데미에서 축구를 시작한 그는 2012년 레알 마드리드에서 성인 무대 데뷔전을 치렀다. 스페인의 세비야·비야레알·발렌시아를 거쳐 2016년 비야레알에 정착했다. 스페인의 아기자기한 축구를 몸에 익힌 체리셰프는 단단한 수비 중심의 러시아 축구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동료 알란 자고예프의 갑작스러운 부상으로 이번 대회에 출전한 그는 기회를 놓치지 않고 일약 러시아의 영웅으로 떠올랐다.
러시아에는 행운도 따라줬다. 개최국 자격으로 1번 포트에 선정돼 조별리그에서 독일, 브라질 등과 같은 강팀을 피하고 이집트(45위), 사우디아라비아(67위) 등과 묶였다. 대회 개막을 앞두고 이집트의 에이스 모하메드 살라(리버풀)가 어깨 부상을 당한 것도 운이라면 운이었고 이날 이집트전에서는 0대0이던 후반 2분 상대 자책골로 승기를 잡기도 했다. 살라는 페널티킥을 성공시켜 월드컵 데뷔전 득점으로 위안을 삼아야 했다.
H조 세네갈(27위)은 폴란드(8위)와의 1차전에서 2대1로 승리하는 파란을 일으켰다. 세네갈은 전날 콜롬비아(16위)를 2대1로 꺾은 일본(61위)과 나란히 조 선두에 자리했다. 세네갈의 알리우 시세(42)는 이번 월드컵 출전 32개국 중 유일한 흑인 감독이다.
/박민영기자 my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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