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약 10명 중 7명은 술이나 탄산음료 등 음주와 비만을 유발하는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에 ‘건강세’를 부과하는 방향에 찬성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한국건강학회는 21일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행정관에서 창립총회를 열고 표본 추출한 국민 1,200명을 대상으로 건강습관 위험요인, 건강세 등 건강과 관련한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설문 결과, 음주 및 비만을 유발하는 기업에 건강관리 세금을 부과하는 건강세 정책에 대해서는 약 71.6%가 찬성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찬성률은 50대(78.2%)와 중소도시 거주자(76.5%), 월 100만원 미만 소득군(79.2%)에서 높은 경향을 보였다.
학회는 이번 설문 결과를 계기로 우리나라에서도 ‘설탕세’ 부과를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학회에 따르면 영국, 멕시코, 프랑스, 노르웨이에서는 설탕이 많이 함유된 음료나 탄산음료에 설탕세를 부과하고 있다. 이렇게 거둔 설탕세를 비만 방지 프로그램 등에 사용하면 국민 건강을 증진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런 효과는 국제학술지 미국의사협회지(JAMA), 뉴 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신(NEJM) 등으로 알려진 바 있다.
실제 우리나라에서도 청소년의 당 섭취가 전 연령 평균뿐 아니라 세계보건기구(WHO) 기준보다 높아 사회적으로 문제시 되고 있다. 보건복지부 집계 기준 우리나라 12~18세 청소년의 하루 평균 당 섭취량을 80g으로, 전 연령 평균보다 약 1.2배, WHO의 기준인 50g에 비해 1.6배 각각 높았다. 또 청소년의 가공식품으로 인한 당 섭취량 57.5g 중 음료가 14.3g을 차지했는데, 탄산음료가 9.8g으로 가장 비중이 컸다.
학회 설문조사에서는 건강습관 위험요인과 관련해 흡연장면과 주류광고를 규제해야 한다는 의견의 비중이 컸다. 응답자의 72.5%가 흡연장면 규제에 찬성했고, 주류광고 규제 역시 63.3%가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먹방(먹는 방송) 시청을 규제해야 한다는 응답도 51.4%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윤영호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교수는 “국가는 이번 설문조사에서 나타난 건강습관 위험요인, 건강세 부과 등에 관한 국민의 인식을 고려해 정책적 방향을 수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서영인턴기자 shyu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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