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적 현실에서 보수 가치를 가진 개인들이 줄어든 것이 아닙니다. 유권자 입장에서는 보수 가치를 담아낼, 표를 줄 만한 당이 없습니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 겸 바른사회시민회의 공동대표는 2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자유포럼 연속 토론회 ‘보수 그라운드 제로’ 난상토론에서 “당을 해산하고 당명을 새로 짓는다고 하더라도 사람이 바뀌지 않으면 무슨 소용이냐”며 “인적 청산이 당 해산보다 합리적이고 유권자에게 감동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자유한국당은 보수 가치를 결집해 정치적·정책적으로 유권자에게 제시하는 데 무능했다며 쓴소리를 쏟아냈다.
조 공동대표는 “혹여 ‘좌클릭’에서 보수의 돌파구를 찾으려 한다면 이는 치명적 오류가 아닐 수 없다”고 경고했다. 그는 한국당이 스스로 자신들을 적폐 세력으로 규정해 자학하지 말고 보수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 투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 대표는 “한국당 지도부가 국정농단 세력, 적폐·수구 세력임을 인정하고 반성하겠다는 것은 여당의 프레임에 스스로 들어간 것”이라며 “국정농단의 실체를 밝히고 싸웠어야 한다. 전투력을 상실한 군대는 백전백패”라고 조언했다. 그는 김성태 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의 ‘중앙당 해체’ 발언도 비판했다. 그는 “당의 질서 있는 해체 발언은 가히 충격적”이라며 “기업도 아니고 정당은 소중한 무형의 정치자산이다. 쉽게 해체를 입에 올리는 것은 아니다. 조심했어야 했다”고 혹평했다.
조 공동대표는 4·27 남북 정상회담과 6·12 북미 정상회담에서 다뤄진 북핵 문제 등 급변하는 한반도 정세에 대한 한국당의 미래전략 부재도 지적했다. 그는 종전 선언 이후 이어질 주한미군 철수에 따른 북한과의 핵전력 비대칭 문제를 우려하며 “한국당의 통일 문제에 답안지는 백지다. 어젠다 세팅을 포기한 듯하다”며 “한국당은 목소리를 내야 한다. 종전 선언을 서두르는 문재인 정부를 철저히 견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조 공동대표는 문재인 정권의 경제정책에 문제가 많은 만큼 한국당에도 기회가 있다고 봤다. 실제 지난 1년간 문재인 정부는 ‘소득주도 성장’ 정책을 펼쳤지만 최근 실업률이 지난 18년간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각종 경제지표가 악화하고 있다. 그는 “정부 산하 16개 위원회 외부인사의 62%가 민변과 참여연대 등 좌파시민단체 출신이라고 한다. 다양성을 확보하지 못한 편협한 ‘인재 풀’에 매이면 집단오류를 범할 수 있다”며 “소득주도 성장은 이론적으로, 정책적으로 그 유효성이 충분히 확인되지 않았음에도 이를 맹신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임금이 급격히 오르면 한계계층에게 피해가 집중되고 이들이 속한 저소득층의 소득이 감소해 소득분배가 악화된다”며 “한국당이 그만큼 견제하고 비판할 소재가 많다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박우인기자 wi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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