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추진하는 건강보험 부과체계 개편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소득에 따라 보험료가 부과되는 직장가입자와 재산이 함께 고려되는 지역가입자의 차이를 줄이기 위한 첫걸음이다. 소득중심 부과체계로의 전환을 목표로 기존 지역가입자의 평가소득을 폐지하고 재산과 관련한 보험료를 낮추는 것이 골자다.
이번 제도 개편의 배경에는 건강보험료에 대한 가입자의 높은 불만이 있다. 그 원인은 생활 형편과 동떨어진 보험료 부담이다. 지역가입자의 경우 실제 소득에 대한 신뢰할 만한 자료가 부족하기 때문에 평가소득을 활용하고 동시에 재산·자동차 등을 추가적 지표로 이용해 보험료를 산출한다. 그러나 실제 소득이 아닌 성·연령·재산 등을 감안한 평가소득은 가입자의 실제 소득과 연관성이 낮아 불만을 낳는다. 즉 실제 소득은 낮지만 가족 수가 많거나 재산·자동차가 있으면 소득에 비해 높은 보험료를 부담해야 한다. 보험료에 대한 불만은 관련 민원으로 표출된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소득활동·재산의 변동 등을 감안해 보험료를 조정해준다. 그러나 이러한 과정은 기존 지역가입자의 보험료에 대한 신뢰를 더욱 약화시킨다.
특히 직장가입자의 실업은 생활 형편과 반대되는 급격한 보험료 변동을 초래한다. 실직에 따라 보험료 기준이 직장에서 받던 월급에서 가구 구성과 재산으로 변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50대 가장이 실직하면 소득은 급격히 줄어들지만 주택 등의 재산으로 보험료는 더 높아질 수 있다. 결국 생활 형편과 다른 보험료 부과에 많은 가입자가 불만을 갖게 됐다. 이는 건강보험료와 관련한 민원이 지난 2016년 6,000만건을 넘었다는 통계에서도 잘 확인된다. 약 757만세대에 이르는 지역가입자의 규모를 감안하면 이 불만은 가히 폭발적이라고 할 수 있다. 정부의 부과체계 개편은 이러한 가입자의 불만을 완화해 제도 수용성을 높이기 위한 것이다.
건강보험료 개편은 올해부터 5년간 2단계에 걸쳐 실시된다. 주요 내용은 소득이 적은 지역가입자에 대한 평가소득제도 폐지, 재산·자동차 보험료 축소, 피부양자 요건 강화, 월급 외 소득에 대한 보험료 확대 등이다. 평가소득 폐지와 재산·자동차 보험료 축소는 지역가입자의 보험료 부담에 대한 불만을 낮출 것으로 기대된다. 동시에 월급 외 소득이 많은 상위 1%의 직장가입자에 대한 보험료 부과 확대와 피부양자 요건 강화 등은 보험료 부과 기반을 넓히고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비판을 줄일 것이다.
기존에는 연 소득이 최대 1억2,000만원, 재산 과표금액이 9억원 수준이어도 직장가입자의 피부양자로 인정돼 보험료를 한 푼도 내지 않는 경우나 직장가입자가 월급 외 임대소득·이자소득 등이 연간 7,200만원이 돼도 월급 외의 소득에는 보험료를 전혀 내지 않는 경우가 있었는데 이러한 각종 무임승차 문제를 개선하는 것이다. 부과체계 개편은 가입자들이 형편에 맞는 보험료 부담으로 합리적인 의료 서비스를 누리는 데 기여할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개편 효과를 누리기 위해 앞으로 보완해야 할 점도 많다. 먼저 지역가입자의 소득 파악이 중요하다. 직장가입자가 억울함을 느끼지 않도록 지역가입자 역시 실제 소득 수준과 유사한 보험료를 부담하도록 해야 한다. 제도 개편이 불러올 재원 손실에 대한 합리적인 보전 방안도 필요하다. 모두가 직면할 수 있는 위험에 함께 대비한다는 사회보험의 취지대로 가입자의 보험료 부담과 건강보험 혜택 간의 격차를 적절히 유지하면서 재원을 조달할 수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이번에 시작되는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편은 가입자의 만족도 제고와 제도의 장기적 발전을 위한 것이다. 생활 형편에 맞지 않는 보험료 부담과 경제활동 변화에 따른 급격한 보험료 변동 등을 해소해 제도 수용성을 높일 것으로 기대된다. 건강보험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성을 높여 적절한 부담으로 필요한 서비스를 누릴 수 있는 제도로 발전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소득 파악의 개선, 재정의 지속성 확보를 위한 균형 잡힌 노력은 그래서 더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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