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 방송된 올리브 예능프로그램 ‘밥블레스유’에서는 최화정, 이영자, 송은이, 김숙의 먹방과 토크쇼가 전파를 탔다.
이날 네 사람은 많이 먹기로 유명한 ‘맛있는 녀석들’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밥으로만 4차로 가겠다는 것. 이들에 대한 시청자들의 기대감도 컸다. 방송 전 올린 영상의 조회수만 300만 뷰가 넘었다. 앞서 팟캐스트 제작자로 변신한 송은이는 PD로서 판을 벌였다. 네 사람과 함께 먹방을 중심으로 예능프로그램을 기획하기로 한 것.
지난 4월, 본격적인 촬영 전 네 사람은 최화정의 집에서 모였다. 송은이는 “힘든 인생, 먹는 걸로 청춘들한테 위로를 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음식의 스토리를 하나하나 얘기하는 것”이라며 제작 의도를 설명했다. 그러나 송은이가 이야기하는 중에도 이영자와 김숙은 고기를 구워먹는데 더 집중했다.
이런 모습이 ‘밥블레스유’의 가장 큰 재미였다. 송은이는 “김숙이 쏘는 뷔페식당에서 고무줄 치마를 입고 만났다”며 프로그램을 기획하게 된 순간을 떠올렸다. 김숙은 “이런 사람들이랑 와야 본전을 뽑는 구나 했다”며 “뷔페에서 4시간 있었다”고 말해 놀라움을 자아냈다.
우아한 겉모습과 달리 의외의 대식가인 최화정은 “우리가 들은 말 중에 제일 기분 나쁜 말이 ‘밥맛없다’는 거다”라고 말했다. 이에 이영자가 “‘널 죽여버리겠다’만 기분 나쁜 게 아니다. ‘밥맛없다’는 게 제일 기분 나쁘다”고 덧붙였다.
‘밥블레스유’는 단순히 먹기만 하는 프로그램은 아니었다. 이들은 다양한 사람들의 사연을 듣고 상황에 어울리는 음식을 추천해주기로 했다. 그에 앞서 이영자가 ‘친구랑 싸운 건 아닌데 사이가 애매할 때’라는 연습문제를 냈다. 최화정은 라면을 끓여먹으라고, 이영자는 여기에 보태 달걀을 풀어서 한 그릇 먹으면 먼저 전화할 수 있는 용기가 생긴다고 덧붙였다.
네 사람은 소고기부터 간장게장, 김치찌개 등 나열하기도 힘들 정도로 많은 음식을 먹었다. ‘첫 회의식’이 ‘첫 회식’으로 끝난 것. 이어 포스터 촬영을 하기 위해 만난 첫 공식모임에서도 놀라운 먹방은 이어졌다. 제작진들은 네 사람을 위해 전국 각지에서 맛있는 음식을 준비해왔고, 이영자는 맛있는 음식에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나무까지 흔들었다.
며칠 전 위경련이 온 김숙은 맛있게 차려진 음식을 먹지 못해 안타까움을 샀다. 이영자는 “음식이 많이 있으면 권할 텐데 별로 없다”면서 김숙보다 음식을 더 걱정했다. 그러면서도 김숙이 먹는 중에 광어를 올려주는 등 츤데레 면모를 보였다. 하지만 결국 “죽 맛있냐”며 죽까지 뺏어 먹어 웃음을 자아냈다.
드디어 고민을 상담하는 시간이 됐다. 첫 번째 사연에서 신청자는 “전화 상담 중 진상 고객들이 화내고 소리쳐서 스트레스 받는다”고 말했다. 최화정은 “감정노동자라는 말이 있다. 정말 스트레스 많이 쌓인다. 이 분들이 순간순간 기분 전환하려고 인스턴트를 많이 드신다. 그러다 보면 몸이 상하고 또 스트레스가 쌓이니까 제대로 된 가정식을 먹이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소고기뭇국 같은 걸 먹으면 마음이 포근해지는 게 있다”고 덧붙였다. 여기에 김숙이 “흰밥에 무말랭이, 낙지젓갈”을 곁들이라고 덧붙였고, 이영자는 “누가 차려줄 사람이 없을 때는 포장으로 나오는 것도 괜찮다”고 했다. 송은이가 “뜨끈하게 데워서 그릇만 예쁘게 해서”라고 첨언했다.
최화정은 “푸드테라피라는 말을 많이 하는데 진짜 치유가 된다. 밥이 다 해결해줄 거야”라면서 훈훈하게 마무리하는 듯 했다. 하지만 맛있는 조각케이크를 먹고는 다른 사람들을 경계하며 “이거 먹지 마. 상했어”라고 말했다. 이를 간파한 이영자는 “웃기고 있네”라며 한 입 먹더니 “난생 처음 먹어보는 맛이다. 다니엘헤니 삼순이 나왔을 때 처음 본 그 느낌이다”라고 기막히게 표현했다.
‘밥블레스유’는 팟캐스트 ‘송은이 김숙의 비밀보장’과 올리브가 공동 기획한 프로그램. 전국에서 배달된 애매하고 사소한 생활 밀착형 고민들을 언니들만의 방식으로 함께 공감하고 맞춤형 음식으로 위로해준다. 먹는데 일가견이 있는 최화정과 이영자, 그리고 이들과 함께 수려한 입담을 뽐내는 송은이, 김숙의 조합은 기대를 높이기에 충분했다.
그 기대는 완벽하게 들어맞았다. 네 사람은 오래된 인연을 바탕으로 가식 없는 토크를 이어갔다. 맛있는 걸 더 먹기 위해 서로를 경계하기도 하고, 그러면서도 은근히 서로를 배려하고 챙기며 훈훈함을 보여줬다. 사연을 들으면서 내놓는 ‘푸드 처방’은 듣는 것만으로도 온갖 스트레스가 사라지게 만들었다.
/양지연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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