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각국이 기본소득 도입을 둘러싼 논의로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최근 취임한 주세페 콘테 이탈리아 총리는 “새로운 변화를 주도할 바람”으로 기본소득을 지목하며 열광적인 지지를 얻었다. 캐나다나 네덜란드처럼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기본소득을 이미 도입하며 실험에 나선 곳도 있다. 급여와 자산에 상관없이 모든 국민에게 일괄적으로 지급되는 기본소득은 ‘더 나은 미래’를 위한 보편적 복지의 결정판일까, 아니면 노동 의욕 저하와 경제 악화를 초래할 포퓰리즘일까.
‘21세기 기본소득’은 분배를 통한 성장이 시대 정신으로 자리 잡은 오늘날 기본소득은 양극화와 불평등을 완화할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주장한다. 공동 저자인 필리프 판 파레이스(루뱅대학교 사회·정치과학부 교수)와 야니크 판데르보흐트(생루이대학교 정치과학부 교수)는 기본소득의 권위자로 불리는 학자들이다.
저자들은 기본소득이 필요한 이유로 크게 두 가지를 거론한다. 먼저 갈수록 심화하는 양극화. 4차 산업혁명은 인류의 미래에 획기적인 변화를 예고하고 있지만 성장의 결실은 소수의 상위층에 집중될 가능성이 높다. 이런 가운데 기본소득을 통해 중산층과 하위 계층의 구매력이 일정 수준 이상으로 유지되면 결과적으로 경제 전반의 활력도 높일 수 있다는 것이 저자들의 분석이다. 아울러 실업률이 치솟는 상황에서 ‘완전 고용’을 전제로 만들어진 기존 복지 시스템의 한계도 기본소득을 도입해야 할 근거로 제시된다.
책은 세계 각국의 조세·복지 정책을 두루 검토한 뒤 “기본소득은 실현 불가능한 유토피아적 환상일 뿐”이라는 논리에도 정면으로 반기를 든다. 단기간에 모든 것을 뒤엎는 ‘혁명’과 같은 방식이 아니라 ‘점진적 변화’를 추구한다면 기본소득은 충분히 지속 가능한 정책이 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책의 부제목이 가리키는 대로 기본소득은 ‘자유로운 사회, 합리적인 경제를 향한 거대한 전환’이라는 것이다. 2만8,000원 /나윤석기자 nagij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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