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량 발견된 붉은불개미가 알을 낳고 대량으로 번식하는 단계 ‘직전’까지 갔지만, 검역 당국은 극히 일부 컨테이너만 조사할 수 있어 우려가 나오고 있다.
22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20일 부산항 허치슨 부두 야적장에서 개미집 11개와 공주개미 11마리를 비롯해 일개미 3,000여 마리와 알 150여 개가 발견됐다. 이는 지난해 국내에서 처음 발견된 이래 단일 건으로는 가장 많은 양이다.
당국은 그러나 여왕개미는 발견되지 않았고, 공주개미가 날개가 달린 채 발견됐으며, 수개미가 발견되지 않았다는 점 등을 들어 공주개미가 결혼 비행을 시도했지만 실패했다고 자체 분석 결과를 내놓았다. 노수현 검역본부 식물검역부장은 “공주개미(여왕개미가 되기 전 미수정 암개미)와 수개미가 하늘로 치솟아 올라가면서 짝짓기 비행을 하게 된다”며 “이후 지상에 떨어지면 개미집을 형성하고 군집을 만들어 간다”고 설명했다.
부산항에서는 이미 일개미 수천 마리와 알 150여 마리가 발견됐다. 외국이나 부산에서 이미 한 차례 번식에 성공했고, 부산에서 다음 세대를 꾸려가기 위해 번식을 시도했지만 실패했다는 것으로 국내에서 대량 번식이 일어날 뻔한 것이다. 노 부장은 그러나 “결혼비행을 국내에서 한 것인지, 외국에서 하고 묻어 들어온 것인지는 확정해서 말씀드리기 곤란하다”고 말했다.
개미 전문가인 류동표 상지대 교수는 “개미가 완전히 정착했다고는 볼 수 없다”며 “다른 군집이 있었다면 그곳에서 교미해 퍼질 수 있겠지만, 그런 것 같지는 않다고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알이 150여개 발견됐지만, 이제는 일개미가 관리해줄 수 없어 부화할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부연했다.
정부는 붉은불개미가 최근 잇따라 대량으로 발견되자 코코넛껍질이나 나왕각재 등 32개 품목에 대해서는 컨테이너 전체를 열어보는 등 검역 강화에 나섰지만 검역 당국이 손댈 수 있는 화물은 식물 관련 화물로 전체의 5%에 불과하다.
노수현 검역본부 식물검역부장은 “1년에 국내에 수입되는 1,300만 개에 달하는 컨테이너를 일일이 개장 검사하면 엄청난 시간이 걸린다”며 “이 때문에 화주가 붉은불개미를 발견하면 신고토록 하는 것이다. 일본도 이 같은 시스템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붉은불개미가 일반 공산품 화물에 묻어서 올 가능성이 엄연히 상존하는데도, 화주의 자진 신고에만 의존하는 것은 지나치게 소극적인 조치가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한편, 전문가들은 붉은불개미의 독성은 꿀벌과 비슷한 수준으로 인체에 영향은 있지만, 일부의 우려와는 달리 치명적인 수준까지는 아니라고 강조했다. 검역본부는 “붉은불개미의 독에는 알칼로이드인 ‘솔레놉신’과 벌이 가진 펩타이드 독성분인 ‘포스포리파제’나 ‘하이알루로니다제’ 등이 포함돼 있다”며 “쏘이면 통증에 이어 가려움증이 나타나며 세균에 감염될 수 있지만, 대부분의 사람은 영향이 없다. 다만 독성 과민반응이 있는 사람들은 아나필락시스성 쇼크 반응을 보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 곤충학자 저스틴 슈미트가 발표한 ‘곤충 독성지수’에 따르면 붉은불개미의 독성 지수는 1.2다. 이는 꿀벌 1.0보다는 높지만 작은말벌 2.0, 붉은수확개미 3.0, 총알개미 4.0 보다는 현저히 낮다.
류동표 상지대 교수는 “나는 내 손을 붉은불개미 무리에 넣고 직접 쏘여 봤지만 많이 힘들지는 않았다”며 “아시아에서는 이 개미에 쏘여 사망한 사례가 없다. 미국과 남미에서 소수 있지만, 이것도 개미가 직접적인 원인인지는 확실하지 않다”고 말했다. 류 교수는 인체보다는 가축과 농작물 피해 때문에 당국이 신속한 검역과 방제에 나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권혁준인턴기자 hj7790@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