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이는 정해진 길을 걷듯 승승장구를 이어간다. 반면 평생 분투하며 버티지만 생각처럼 인생이 잘 풀리지 않는 사람도 많다. 이런 이들 중에는 단순히 운이 부족했던 사람도 있지만 불안정한 심리로 인해 스스로 자신의 발목에 족쇄를 채운 경우도 적지 않다. 발달심리학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인 저자는 후자에 집중했다. ‘평생 이어지는 심리적 불안’에 대해 세 가지 가설을 두고 실험을 진행했다. 첫째 ‘나쁜 유전자’, 둘째 ‘환경오염물질’, 셋째 ‘나쁜 양육’이었다. 결론은 셋 다 아니었다. ‘생애 초기에 겪은 불리한 사회적 경험에 대응해 모종의 생물학적 변화가 일어나 스트레스에 대처하는 능력이 변한다’였다.
어떤 아기는 글자 그대로 ‘불안’을 안고 태어난다. 저자는 이 원인을 “부모에게 스트레스가 켜져 있는 유전자를 물려받았기 때문일 수도 있지만, 임신 과정 중 엄마의 스트레스로 인해 아이 역시 스트레스에 지속적으로 노출돼 스트레스 유전자가 켜져 있는 상태로 잠겨버렸을 수도 있다”고 주장한다. 아울러 출생 직후 1년 간의 환경도 평생의 불안을 좌우한다. 제대로 양육 받지 못한 아기는 스트레스 호르몬의 분비를 통제하는 사상하부-뇌하수체-부신축이 과열된다는 것이다. 1980년대 루마니아의 독재자 차우셰스쿠의 ‘피임금지령’에 따라 태어났지만 고아원에 버려진 아이들 중 생후 1년 안에 입양되지 못한 아이들이 거의 전부 스트레스 조절장애에 시달렸던 것을 사례로 제시했다.
저자는 불안의 대물림을 개인만의 노력으로 해결할 수 없다고 강조한다. 소득, 자산, 교육 등 사회적 환경이 스트레스의 수준과 건강에 큰 영향을 미친다. 저자가 주목한 점은 사회안전망이다. 개인에게 힘든 일이 일어나더라도 생활을 이어나가고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사회가 뒷받침해줘야 한다고 강조한다. 특히 사회가 곧 엄마가 될 임산부와 그 가족을 효과적으로 지원해 불안의 대물림이라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 저자는 질 좋은 의료환경, 임신 중 직장에서 받는 스트레스를 줄일 수 있도록 하는 제도, 부모 모두의 출산휴가 보장, 휴가 후의 고용 보장 및 육아 지원 방문 등을 방법으로 제시했다. 1만6,000원
/우영탁기자 ta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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