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3 지방선거를 마친 정치권은 일제히 ‘차기 당 지도부 구성’이라는 새 레이스를 시작했다. 압승 순풍을 탄 더불어민주당이 전당대회 준비사항을 의결하며 원활한 주행에 나섰지만, 참패 충격에 빠진 자유한국당은 책임·사퇴 공방으로 ‘6·13’이라는 터널에 갇혀버렸다.
민주당은 22일 당무위원회를 열어 새 지도부 선출 규칙을 논의할 전국대의원대회준비위원회(전준위) 위원 15명을 선임하고 지난해 말까지 입당한 권리당원에 한해 전당대회 투표권을 부여하기로 했다. 전준위원장은 오제세(4선), 부위원장은 민병두(3선) 의원이 맡는다.
민주당의 레이스 흐름이 ‘원활’이라면 바른미래당은 ‘서행’이다. 두 달 내 지도부 구성을 위한 전당대회를 예고한 바른미래당은 오는 25일 새 원내대표를 선출한다. 선거는 재선의 김관영·이언주 의원이 도전장을 내 2파전으로 펼쳐질 전망이다. 선거 참패 후 지도부 사퇴·정체성 논란이라는 위기에 빠져있는 만큼 새 원내대표는 당내 갈등 봉합이라는 숙제를 받아들게 된다. 김·이 의원은 각각 “젊고 강한 민생정당”, “민생·현장 중심 정당”을 주장하며 당내 화학적 결합에도 앞장서겠다고 다짐했다.
민주평화당 역시 더디지만 ‘포스트 6·13 체제’를 위한 논의에 시동을 걸었다. 8월 5일 전당대회가 예정된 가운데 정동영·유성엽 의원이 차기 당 대표 후보로 거론된다. 평화당은 이날 ‘민주평화당, 어디로 가야 하나’라는 긴급 토론회를 열어 선거 결과를 평가하고, 앞으로의 전략을 논의하기도 했다. 조배숙 대표는 이 자리에서 “전국선거에서 기초자치단체장 5석을 획득해 당 생존의 근거를 남겼다는 평도 있지만, 호남에서조차 정당 득표율이 정의당에 밀려 최악의 위기라는 진단도 있다”며 제3당으로서의 활로 모색을 강조했다.
한국당은 선거 참패 책임론에 발이 묶여 ‘다음 라운드’에 접근조차 못 하는 상황이다. 차기 당권을 놓고 선거 전부터 물밑 경쟁을 벌여 온 중진들도 ‘잿밥에만 관심 있다’는 질타와 초재선 의원들의 ‘2선 후퇴’ 요구에 숨을 죽였다. 당은 ‘중앙당 해체’라는 김성태 당 대표 권한대행의 기습 쇄신안과 또다시 불붙은 계파 논란으로 갈등에 갈등을 거듭하고 있다. 당내 한 의원은 “주장은 많은데 막상 해결책은 없다”며 “출구가 전혀 안 보인다. 캄캄한 터널에 갇힌 기분”이라고 전했다.
/송주희기자 sso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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