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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 지구상 유일 여성운전 금지 해제 ‘자유 만끽’

지구 상에서 유일하게 여성의 운전을 금지했던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드디어 여성이 합법적으로 운전을 시작했다.

사우디 정부는 24일(현지시간) 0시를 기해 여성의 자동차와 이륜차 운전을 허용했다.

/사진=연합뉴스




24일 0시가 되자마자 운전면허증을 가진 사우디 여성들이 심야인데도 차를 몰고 도로를 달리며 지금까지 접해보지 못했던 자유를 만끽했다.

미국 운전면허를 사우디 면허로 바꿨다는 여성 운전자 사라 알와시아(35) 씨는 23일 현지 매체 아랍뉴스에 “소름이 끼칠 정도로 기쁘다”면서 “내 나라에서 운전할 수 있는 날이 왔다니 믿을 수 없다”고 말했다.

24일 0시가 되자마자 차에 시동을 건 힌드 알자히드 씨는 이 매체에 “완벽하고 행복하고 흥분된다”면서 “이 순간은 여성의 것이다. 도로를 달려보겠다”고 말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도 사우디 여성의 운전 허용을 축하하는 메시지가 전세계에서 이어졌다. 사우디 국영방송은 24일 0시 긴급뉴스로 여성이 운전하는 모습과 함께 ‘역사적인 순간’이라고 보도했다.

사우디 여성들은 직접 운전할 수 있게 되면서 사회 활동에 더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운전할 수 있는 연령대의 사우디 여성은 약 900만명 가운데 600만명 정도가 운전면허증을 딸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사우디에서 여성 2천명 정도가 운전면허증을 소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새로운 운전자가 대거 유입되면서 사우디 내 자동차 회사도 여성 직원만을 배치한 대리점, 여성 전용 상담 전화를 개통하는 등 경쟁적으로 여성을 겨냥한 판촉에 나섰다.

사우디 경찰은 여성 초보운전자를 보호하고 만일의 사고를 막기 위해 23일 밤부터 도로 곳곳에 배치됐다.

이들은 여성이 운전하는 차량을 바짝 뒤쫓거나 여성 운전자를 위협하는 언행을 하는 남성을 집중적으로 단속했다. 여성 운전자를 겨냥한 성희롱, 무단 촬영 등을 범하면 최고 징역형에 처한다.

여성 운전 허용은 다른 나라의 기준으로 보면 뒤늦은 조치지만, 엄격한 보수 이슬람이 지배하는 탓에 여성의 권익, 외부 활동이 제한되는 사우디의 사회상을 고려하면 매우 획기적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 왕세자가 주도하는 탈석유 시대를 대비한 사회·경제 개혁 계획 ‘비전 2030’을 상징하는 변화다.

이 계획은 사우디를 온건한 이슬람 국가로 변모시키고 금기시했던 여성의 사회 참여, 대중문화, 관광 산업을 활성화해 국가 전반에 활력을 불어넣는다는 게 핵심 목표다.

/최주리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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