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적으로 부족한 인공지능(AI) 전문인력이 70만명이나 된다는 분석이 나오는 가운데 미국과 중국이 AI 인재를 자국으로 끌어오기 위해 치열한 쟁탈전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첨단 정보기술(IT) 분야의 주도권을 둘러싼 양국 패권경쟁이 무역전쟁으로 비화한 가운데 AI 인재 확보가 미중 간 새로운 경쟁 무대로 떠오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4일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미중 양국이 자율주행차와 빅데이터 분석, 음성인식 및 얼굴인증 시스템 등 다양한 분야에서 AI 전문가를 입도선매하기 위해 첩보전을 방불케 하는 경쟁을 벌이고 있다고 전했다. 올해 초 글로벌 IT공룡 구글이 중국 내의 우수한 AI 분야 학생을 미국 본토로 유치하기 위해 베이징에 ‘구글 AI중국센터’를 개설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 중국도 3대 IT기업인 BAT(바이두·알리바바·텐센트)를 중심으로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에서 AI 인재 육성 및 영입이 한창이다. 지난해 알리바바는 아마존에서 무인매장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런샤오펑 박사를 영입했으며 중국 최대 검색엔진인 바이두는 마이크로소프트(MS)에서 AI 사업총괄인 치루 부사장을 끌어들였다.
양국이 인재 영입에 혈안이 된 것은 세계적인 AI 전문가 부족현상 때문이다. 중국 최대 인터넷 기업 텐센트 산하 연구기관이 발표한 ‘AI 인재백서’에 따르면 세계 기업이 필요로 하는 AI 인재는 100만명에 달하지만 실제 활동하는 전문인력은 30만명에 불과해 70만명이 부족한 상황이다. 전 세계에 관련 연구기능을 갖춘 교육기관은 370개가 있지만 여기서 배출되는 인재는 연간 2만명에 그친다. 수요 대비 공급이 워낙 달려 국경을 넘어선 인재 쟁탈전에 나설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AI 서비스 업체인 팔로알토인사이트의 이시즈미 도모에 최고경영자(CEO)는 “페이스북 데이터 분석가의 평균 연봉은 4,500만엔(약 4억5,480만원)이며 구글과 아마존도 거의 같은 수준의 연봉을 제시한다”며 “IBM 같은 대기업조차 인재 확보가 어려운 현실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편 신문은 미국과 중국 주도의 AI 인재 경쟁에서 일본이 확연한 열세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일본 경제산업성에 따르면 전 산업 평균 대비 IT 인력 평균 연봉은 미국이 2.4배, 중국과 인도는 7~9배인 반면 일본은 1.7배에 불과하다. 신문은 “미중이 인재 영입을 위해 총성 없는 전쟁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일본은 AI 인재를 어떻게 길러낼 것인가가 관건”이라고 전했다.
/박홍용기자 prodig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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