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오스트리아 등 유럽연합(EU) 소속 16개국 정상들은 24일 오후(현지시간) 브뤼셀에서 비공식 미니 EU 정상회의를 가지고 최대 난제로 부상한 난민 문제를 놓고 허심탄회하게 논의했다.
이날 회의는 28, 29일 정례 EU 정상회의를 앞두고 난민 문제 해법을 찾으려는 차원에서 열렸으나 관련국들 간에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엇갈리면서 구체적인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이에 따라 금주 열리는 EU 정상회의에서도 EU의 난민 문제 해결을 위한 획기적인 돌파구를 마련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회의에서 16개국 정상들이 난민 문제에 대한 공통의 해법을 찾기 위한 의지를 확인했다는 점은 나름의 성과로 평가된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이날 회의 이후 “우리는 이런 난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계속 노력 할 것”이라면서 “회의에선 일부 견해차에도 불구하고 많은 통합이 있었다”고 말했다. 앞서 EU 정상들은 작년 12월 열린 정상회의에서 회원국 간의 갈등을 빚고 있는 난민 문제 개혁방안을 이달 말까지 마련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대부분의 난민이 처음 유입되는 이탈리아와 그리스 등의 국가는 EU 역내에 들어온 난민은 제일 처음 당도한 EU 회원국에서 망명을 신청해야 한다는 이른바 ‘더블린 규칙’에 많은 불만을 드러내며 항구적인 난민 정착 지원을 요구해왔다.
특히 최근 ‘반(反) 난민’을 내세운 정권이 출범한 이탈리아가 지중해에서 구조된 난민을 태운 선박의 입항을 거부해 이 선박이 해상을 배회하다가 스페인에 정박한 일이 있었다. 이에 대해 프랑스 정부가 이탈리아를 강력 비판하면서 양국이 외교갈등을 빚는 등 난민 문제가 EU의 핵심화두로 재부상했다. 이탈리아는 22일에도 지중해에서 구조된 230여 명의 난민을 태운 네덜란드 소속 선박의 입항을 거부한 바 있다.
게다가 그동안 난민수용에 적극적이던 독일에서도 메르켈 총리(기독민주당)가 이끄는 연정의 호르스트 제호퍼 내무장관(기사당)이 EU 회원국에 망명 신청 후 거부된 난민은 받아들이면 안 된다는 강경 난민정책을 요구하며 연정 탈퇴 가능성까지 시사해 논란이 증폭됐다.
이날 회의를 마친 뒤 메르켈 총리는 28, 29일 예정된 EU 정상회의에서도 난민 문제에 대한 총체적인 해법을 찾는 것을 기대하지 않는다면서 독일은 난민수용에 부정적인 국가들과 양자 혹은 삼자 합의를 추진할 것을 밝혔다.
또 메르켈 총리는 “우리는 난민들이 처음 도착하는 국가들에 이 문제를 떠넘길 수 없다. 이는 이들 국가가 모든 문제를 혼자 해결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라며 EU 회원국 간 연대를 강조했다. 메르켈 총리는 난민들이 EU 회원국 가운데 망명을 신청할 국가를 자의적으로 선택하는 이른바 ‘망명국 쇼핑’은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집권한 이탈리아의 우파 포퓰리스트 정치인 주세프 콘테 총리는 이날 회의에서 ‘이민 문제 해결을 위한 EU의 다층 전략’이라는 제안을 통해 난민 문제는 구조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며 EU 난민정책에 큰폭의 변화를 주장했다.
콘테 총리는 그 방안의 하나로 유엔난민기구나 국제이주기구와 협력해 난민들이 거쳐 가는 터키, 리비아 등의 국가에 망명신청을 조사하기 위한 난민보호센터를 설립할 것과 EU의 역외 국경 보호를 강화할 것을 제안했다.
이탈리아 측은 지중해에서 구조된 난민들을 모두 이탈리아나 스페인으로 데려올 수 없다고 지적했다. 콘테 총리는 회의를 마친 뒤 “우리는 현재 진행되고 있는 난민 문제 해법 토론을 올바른 방향으로 향하게 했다”면서 이탈리아에 기쁜 마음으로 돌아가게 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는 이탈리아 제안 가운데 많은 것은 이미 제기됐던 것이라며 폄하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불법 이민문제는 인도주의적인 방식으로 해결돼야 한다면서 EU는 난민 문제를 해결할 때 EU의 가치를 준수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한편, 이날 회의에는 그동안 EU의 의무적인 난민 재배치 할당에 대해 반대입장을 밝히며 난민수용에 소극적이었던 폴란드, 헝가리, 체코, 슬로바키아 등 ‘비셰그라드 4개국(V4)’ 정상들은 불참해 ‘반쪽 회의’로 진행됐다. /이서영인턴기자 shyu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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