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지급준비율을 인하해 시중에 약 120조원대의 유동성을 추가로 공급하기로 했다. 올 들어 지준율 인하는 세 번째로 미국과의 무역전쟁을 대비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인민은행은 24일 밤 성명을 내고 공상은행 등 5대 국유상업은행, 주식제 상업은행, 우정은행, 도시 상업은행, 농촌 상업은행, 외국계 은행의 지준율을 다음 달 5일부터 0.5%포인트씩 인하한다고 밝혔다. 이로써 5대 국유상업은행을 비롯한 대형 은행의 지준율은 기존의 16%에서 15.5%로, 중소은행의 지준율은 기존의 14%에서 13.5%로 각각 하향 조정된다.
인민은행은 이번 지준율 추가 인하로 시중에 7,000억위안(약 119조7,000억원)의 유동성이 공급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 가운데 5대 국유상업은행 등 대형은행을 통해 풀리는 5,000억위안은 빚을 주식으로 교환하는 출자전환에 투입돼 은행들의 재무 건전성을 높이게 될 것이라고 인민은행은 설명했다. 농촌 상업은행 등을 통해 공급될 나머지 2,000억위안 규모의 유동성은 중소기업 지원 대출에 쓰이게 된다.
인민은행의 이번 지준율 인하는 미국과의 무역 갈등이 고조되면서 대미 수출 급감 등으로 중국 실물 경제에 큰 충격을 줄 수 있다는 우려 속에서 단행된 것이다. 이달 16일 미국 정부는 500억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25%의 고율 관세를 부과한다고 밝혔다. 이 중 일부 제품의 관세가 이달 6일부터 부과되기 시작한다.
이에 중국 정부 역시 같은 규모의 보복 관세 부과 계획을 발표하고, 미국은 중국 정부의 보복 관세가 실제 부과되면 2,000억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추가 관세를 매기겠다고 으름장을 놓는 등 양국 간 무역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원빈 민생은행 연구원은 블룸버그에 “인민은행의 이번 지준율 인하가 신중한 통화 정책 기조의 변화를 의미하지는 않는다”며 “중앙은행이 은행에 추가 자금을 출자전환 등에 쓰라고 지시한 것은 구조적 문제에 대응한 혁신적 움직임”이라고 밝혔다.
/박민주기자 parkmj@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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