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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리] 문화축제가 길 잃지 않으려면

안종철 한국만화영상진흥원 원장





성공한 사람이 되려고 노력하기보다 가치 있는 사람이 되려고 노력하라.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의 명언이자 한국의 문화 축제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다.

올해는 전국에서 886개의 축제가 열린다. 하루에 2곳씩 방문해도 1년이 모자란다. 더욱이 이는 공식적으로 집계된 수일 뿐으로 비공식적으로 개최되는 것까지 치면 2~3배가 넘는다고 하니 바야흐로 축제의 범람이다.

그러나 이 수많은 축제 중 진정으로 참여자와 호흡하고 대중의 이목을 끄는 축제는 그리 많지 않다. 구색만 갖춘 비슷비슷한 축제들이 허다하고 최악의 경우에는 형식과 틀에 얽매여 예산을 쓰기 바쁜 일회성 행사에 지나지 않기 일쑤다. 어여쁜 아이돌이 와서 춤추고 노래하고, 지역 정치인, 유력 인사들과의 포토타임이 이어지는 것이다.

이유가 뭘까. 축제의 문화적 역할에 방점을 두지 않고 단순히 방문객 늘리기 등 행정적 성과만을 추구하기 때문이다. 즉 진정성 결여다.



문화 축제에서 진정성은 그 존재 의미에 기인하는 것으로 고관여·저관여 축제 참여집단 간의 호흡을 이끌어내는 과정에서 발현된다. 그 과정은 특정 집단 문화의 특이성을 대중이 즐길 수 있는 특별함으로 가공하는 과정이라고도 할 수 있다.

브라질의 ‘리우 카니발’은 이교도의 광기라는 특이성을 남미의 역동적인 춤과 노래라는 특별함으로 가공해 성공한 케이스다. 축제 기간 동안 화려한 의상을 입은 무희들이 흥겨운 삼바 리듬에 맞춰 밤낮을 가리지 않고 춤을 춘다. 휘황찬란한 각종 퍼레이드가 펼쳐져 전 세계인을 유혹한다. 문화 축제의 성공은 특별함과 대중성만으로는 가능하지 않다. 여기에 더해 문화 정체성에 대한 자존심과 자부심을 놓치지 않았기에 오늘날의 리우 카니발이 가능했다.

‘에든버러 국제 페스티벌’ 역시 마찬가지다. 지난 1947년 제2차 세계대전으로 상처받은 이들의 정신을 예술로 치유하고자 시작된 이 축제는 세계 최대의 공연 페스티벌이 됐다. ‘예술 공연’이라는 대중적이지 않은 주제로 전 세계인과 호흡하며 지역 시민이 자부심을 느끼는 글로벌 축제로 성장하게 한 동력은 양적 성장에 대한 욕심이 아니라 축제 본연의 목적에 대한 자부심과 자존심이었다.

필자는 올해 광복절부터 5일간 진행되는 제21회 부천 국제만화축제를 준비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가장 중시하는 것은 만화의 특별한 ‘예술성’에 만화가뿐 아니라 모든 국민이 함께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대중성과 예술성, 그 양 극점을 잇는 과정은 물론 어렵고 험난하다. 지역 주민과 만화가·지방자치단체 등 다양한 참여자들의 관점과 문화적·사회적·지리적 요소 또한 고려해야 한다. 그렇기에 더욱 축제의 존재 이유인 그 정체성을 간과해서는 길을 잃고 만다. 예술 집단의 자존심이 지역 시민의 자부심이 될 수 있도록 하는 것, 그 과정에서 문화 축제의 진정성을 찾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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