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적인 이유 등으로 병역을 거부한 자 처벌 위헌여부를 놓고 헌법재판소가 4번째 결정을 내린다. 앞서 헌재는 3차례 병역거부자에 대한 처벌이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판결했다. 다만 최근 대체복무제 도입 논의 등 종교적 병역거부 사안을 둘러싼 사회 분위기와 제도적 환경의 변화가 헌재의 판단을 바꿔놓을지 주목된다.
헌재는 28일 대심판정에서 입영소집에 불응하면 처벌하도록 한 병역법이 위헌인지 여부를 가려달라며 법원이 낸 위헌법률심판 6건을 선고한다고 26일 밝혔다. 차모씨 등 10명이 같은 취지로 낸 헌법소원사건 10건도 함께 선고한다.
현재 병역법 88조 1항은 현역입영 또는 사회복무요원 소집 통지서를 받은 사람이 정당한 사유 없이 입영일이나 소집기일부터 3일이 지나도 입영이나 소집에 불응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를 두고 ‘여호와의 증인’ 신도들은 종교적 신념을 ‘정당한 사유’로 인정해달라고 주장하고 있다.
헌재는 2004년 8월과 10월, 2011년 8월 세 차례에 거쳐 재판관 7(합헌) 대 2(위헌·한정위헌) 의견으로 정당한 이유 없이 입영을 거부한 사람을 3년 이하 징역으로 처벌하는 병역법 88조가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2006년 이후 10년간 종교적 이유 등으로 병역을 거부한 자가 5,723명으로 급증했다. 대체복무제 등 제도 보완을 주장하는 목소리도 커져 헌재가 병역법 조항의 위헌 여부를 다시 가려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2012년 이후 하급심에서 재판부별로 유·무죄 판단이 갈리자 서울북부지법 등 6개 법원이 헌재가 위헌 여부를 판단해 달라며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했다. 비슷한 시기 차씨 등 10명도 헌법소원을 냈다.
헌재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는 예측할 수는 없지만 상당수 재판관이 대체복무제 도입 등 병역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내보이고 있어 과거처럼 일방적인 합헌 결론은 나오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이진성 헌재소장은 지난해 인사청문회서 “양심의 자유와 같은 인간의 본질에 속하는 영역과 관련된 자유는 그 폭을 넓게 보호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측면에서 양심의 자유를 보장하면서도 병역이 아닌 국방의무를 수행하는 대체복무제를 고려해야 한다”며 병역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유남석 재판관 등 상당수 재판관도 종교적 병역거부 문제는 대체복무제 도입 등 병역제도 개선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헌재가 단순 위헌결정을 내릴 경우 법원에서 재판 중인 병역거부 사건은 모두 형사소송법 325조에 따라 무죄를 선고해야 한다. 이럴 경우 8월 30일로 예정된 병역거부 사건에 대한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공개변론도 취소된다.
/권혁준인턴기자 hj7790@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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