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이민자 아동과 부모의 강제격리라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의 초강경 정책이 큰 논란을 불러일으킨 가운데 ‘무관용 이민정책’의 설계자인 스티븐 밀러 백악관 선임고문이 트럼프 행정부의 막후실세로 주목받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1월 취임 직후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를 주창하며 잇따라 쏟아낸 반이민행정명령과 멕시코 국경장벽, ‘부모·자녀 격리’ 방안 등 각종 반이민정책이 모두 올해 32세인 그의 손을 거친 작품이기 때문이다.
CNN방송은 24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 주변에 남은 인물 가운데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기조와 관련해 밀러 고문보다 책임이 무거운 사람은 없다”며 “트럼프 행정부에서 가장 큰 논란이 되고 혼란을 초래한 정책을 되짚어가면 밀러 고문이 있다”고 전했다. CNN은 이어 “이슬람 국가들을 대상으로 한 입국금지 명령과 제임스 코미 전 연방수사국(FBI) 국장 해임 등도 모두 그의 손을 거쳤다”며 “최근 대실패로 끝난 이민정책 역시 다를 바가 없다”고 지적했다. 딕 더빈(민주) 상원의원은 “이민개혁을 좌초시키려는 모든 노력에 밀러의 지문이 묻어 있다”고 혹평했다.
이민자들에게 적대적인 밀러 고문의 가치관은 10대 때 형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유대인인 그는 캘리포니아 샌타모니카고교 시절부터 극우성향을 드러냈다. 지난 2001년 9·11테러 이후 그는 “오사마 빈라덴이 샌타모니카고교에 오면 매우 환영받는 느낌이 들 것”이라는 내용의 기고문을 학교 신문에 게재했고 히스패닉 학생들에 대한 적개심도 숨기지 않았다. 듀크대 입학 후에는 다문화주의와 포용적 이민정책을 비판하는 글을 학교 신문에 자주 기고해 학생들의 분노를 사기도 했다.
밀러 고문은 대학 졸업 후 현 법무장관인 제프 세션스(공화) 전 상원의원 보좌관으로 일하다가 세션스가 2016년 1월 트럼프 당시 후보의 대선캠프에서 좌장을 맡으며 트럼프 대통령의 눈과 귀를 사로잡았다. 당시 트럼프 후보의 주요 연설문은 물론 지난해 1월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운 대통령 취임사 역시 밀러 고문의 작품이다. 뉴욕타임스(NYT)는 밀러 고문에 대해 “대통령의 귀를 소유한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그가 입안한 불법입국자의 ‘부모·자녀 격리’ 정책이 철회된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이 불법입국자를 ‘침략자’로 규정하며 재판 없는 추방을 주장하고 나서 논란이 고조되고 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우리나라에 침입하려는 모든 사람을 받아들일 수는 없다”며 민주당을 향해 이민법 개정을 수용하라고 압박했다.
/박홍용기자 prodig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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