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지지율이 크게 반등하는 등 일본 정가가 사학 스캔들의 여파에서 벗어나는 모습이다. 북일 정상회담 추진, 북한의 중단거리 미사일 포기 압박 등 아베 총리의 ‘외교 카드’가 사학 스캔들 논란을 잠재운 것으로 분석되는 가운데 오는 9월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도 아베 총리의 3선이 유력해지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지난 22~24일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아베 내각 지지율이 52%로 지난달 조사 때보다 10%포인트 상승했다고 25일 보도했다. 아베 내각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응답의 비율은 42%에 그쳤다. 이 매체의 여론조사에서 내각 지지율이 비(非)지지율을 웃돈 것은 사학 스캔들이 본격 대두된 2월 이후 처음이다. 이날 마이니치신문 여론조사에서도 아베 내각 지지율은 36%로 직전 조사 때보다 5%포인트 올랐다.
지지율 반등을 이끈 것은 아베 총리의 대북외교였다. 니혼게이자이 조사에서 아베 내각을 지지하는 이유로 ‘국제적 감각’을 꼽은 응답자가 37%로 가장 많았다. ‘재팬 패싱’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에 앞서 워싱턴DC로 날아간 아베 총리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으로부터 일본인 납북자 문제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표명한다는 약속을 받고 일본을 사정권으로 하는 중단거리 탄도미사일 완전포기를 북한에 압박하기로 하는 등 성과를 거둔 데 대한 평가다. 자민당 내부에서도 “아베 총리 외에는 납북자 문제를 해결할 사람이 없다”는 의견이 나오는 등 외교적 신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졌다.
석 달 앞으로 다가온 자민당 총재 선거 레이스에서도 아베 총리가 선두자리를 탈환했다. 이날 함께 공개된 차기 총리 선호도 조사에서 아베 총리는 30%를 얻어 지난달 1위였던 고이즈미 신지로 의원을 4%포인트 차이로 따돌렸다. 자민당은 9월20일 전후로 총재 선거일 조정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지지율 반등으로 아베 총리는 여유를 되찾은 모습이다. 자민당 양대 파벌인 호소다·아소파는 지난달 말 회동에서 아베 총리 지지 의사를 확인한 상태다. 이시바 시게루 전 자민당 간사장과 노다 세이코 총무상이 각각 24일과 22일 출마 의사를 밝혔지만 당선을 위한 중·참의원 의석 수에서 아베 총리에게 크게 밀린다. 다만 사학 스캔들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여전하고 트럼프 미 행정부가 수입차 고율 관세 부과 등 대일 무역조치를 꺼내 들 가능성도 높아 선거 결과를 섣불리 예단하기는 어렵다는 분석도 있다.
/변재현기자 humblenes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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