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국무총리가 25일 “장사정포의 후방 이전이 논의되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의 한반도 평화 정착 분위기를 강조하던 상황에서 나온 발언이었지만 국방부의 입장과 배치된다는 점에서 즉시 논란이 됐다. 총리실이 곧바로 진화에 나섰지만 국가 안보와 관련된 핵심 사안을 놓고 국무총리와 국방부가 엇박자를 냈다는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이 총리는 25일 서울 잠실체육관에서 열린 제68주년 6·25전쟁 기념식에서 “올해 두 차례의 남북 정상회담과 사상 최초의 북미 정상회담으로 한반도의 비핵화와 평화체제 확립이 시동됐다”면서 “휴전선 비무장지대(DMZ)에서의 남북 상호비방 방송이 중단됐고 확성기가 철거됐으며 장사정포의 후방 이전이 논의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국방부는 “장사정포 후방 배치와 관련해 논의된 바 없다”고 즉각 부인했다. 국방부는 앞서 일부 언론에서 남북 장성급 군사회담 등에서 장사정포 철수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을 때도 이를 부인했었다.
장사정포는 북한이 수도권을 위협하기 위해 군사분계선 인근 북측 지역에 집중 배치해 놓은 재래식 무기다. 한반도 긴장 완화를 위해선 장사정포 후방 철수 등의 남북 논의가 필요하지만 우리 역시 상응한 조치를 해야 한다. 이 때문에 남북 간 화력 차이가 사실상 역전된 상황에서 이 같은 논의가 진행 되는 건 북한이 우리 군 전력을 무력화하려는 시도라는 지적이 만만치 않다. 논란이 되자 총리실 관계자는 “장사정포 후방 이전 문제는 향후 남북 군사회담에서 논의될 만한 과제”라며 “우리 내부에서 검토한 일이 있으나 장성급 회담에서는 공식 논의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박효정기자 j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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