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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인터뷰] ‘변산’ 이준익 감독, 꼰대 처방전 ”철 빼고..잘 사는 것이 복수여”

“청춘의 정면을 마주하다..과정의 소중함을 보여주는 영화”

“난 좋은 질문을 쫓아 다닌다”

철 빼는 노하우 “후배 말 들을 것”



“청춘이 아재나 꼰대를 이해하는 게 수월할까, 아재나 꼰대가 청춘을 이해하는 게 수월할까요?”

‘동주’, ‘박열’에 이어 ‘청춘 3부작’을 들고 나온 이준익 감독이 질문을 던졌다. 이번 작품을 ‘청춘’ 영화로만 보려는 선입견이 생긴 것 같다며 던진 말이다. 그가 던진 질문에 정해진 답은 없었다. 다만 ‘변산’이란 영화가 휘감고 있는 감성과 교감을 다시 한번 돌아보게 했다.

뜨거운 청춘을 경험하고, 미지근한 아재와 꼰대 그 과정 역시 톡톡히 겪은 이준익 감독은 청춘에게 가장 친숙한 도구인 랩으로 ‘웃픈’ 청춘의 성장을, 세대 간의 소통을 이야기하고자 했다.

충무로의 ‘이야기꾼’ 이준익(59) 감독이 열세 번째 영화 ‘변산’으로 관객을 찾아왔다.

이준익 감독




다음 달 4일 개봉하는 ‘변산’(감독 이준익, 제작 변산문화산업전문유한회사)은 래퍼의 꿈을 이루기 위해 밤을 새워 곡을 쓰는 ‘학수’(박정민 분)가 아버지가 위독하다는 전화를 받고 흑역사 가득한 변산 고향으로 내려가 겪게 되는 이야기를 담았다.

‘변산’의 영어 제목은 ‘ 선셋 인 마이 홈타운’(sunset in my hometown)이다. 단순히 전라북도 부안군이 고향인 20~30대 청춘의 이야기만을 의미하는 게 아니다. ‘꼰대’로 표현되는 기성세대 아버지, 어머니, 삼촌, 아재 모두의 마음 속 고향을 소환하는 것. 한마디로 ‘변산’은 인생을 돌아보게 하는 영화이다.

그는 “고향이라는 것은 물리적인 것보다는 정서적인 것에 가깝다”며 “도시에서 태어났거나 혹은 자신의 고향이 시골일지라도, 그곳이 어디가 되었든 자신이 기억하는 마음의 고향 안에서 함께 했었던 가족, 친구, 사람들 사이에서 겪었던 상처와 위로, 격려 등이 총합을 이뤄낸 순간이야말로 가장 빛나는 청춘의 순간”이라고 전했다.

‘변산’은 정면을 마주 할 수 있는 용기에 대해서 묻고 있다. 주인공 학수는 랩으로 신나게 자기고백을 하지만 껍데기일 뿐이다. 진정한 아이덴티를 외면하는 한. 인간이 부끄럽고 피하고 싶은 과거를 정면으로 마주할 때 비로소 삶의 주인공에 가까워질 수 있다. 영화는 그 과정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내가 지금 어디 있나, 어디로 가고 있는가‘란 질문을 스스로 던질 수 있게 한다.

청춘의 미덕을 응원하는 영화로 끝났다면, 여타의 영화가 크게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이 감독은 꼰대의 외침에도 주목하고 있었다. ”잘 사는 것이 복수여”라고 말하던 아버지는 아들 학수에게 “때려, 때려봐. 이눔아!”라고 소리친다. 한마디로 ‘나를 밟고 넘어가라’고 말한다.

“잘 사는 게 뭘까. 답이란 건 존재하지 않는다. 그 답 하나를 믿고 자기 인생을 건다? 그것처럼 위험한 게 어디 있나. 좋은 답은 없다. 좋은 질문만 있을 뿐. 결국 ‘잘 사는 건’ 잘 산다는 것에 대한 정의를 잘 내리는 것 아닐까. ”



영화의 마지막을 본 뒤 학수 인생이 성공한 인생이라고 말 할 수 있을까. 그건 관객 각자 답이 다를 것이다. 영화를 보고 좋은 질문을 가져갈 수 있다면 ‘잘 사는 것’의 의미에 한 걸음 다가갔다고 볼 수 있다.





“네잎 클로버가 ‘행운’이란 의미가 있다면, 세잎 클로버엔 ‘행복’ 이란 뜻이 있다고 한다. 세잎 클로버가 더 찾기 쉽듯 ‘행복’은 일상에 널려있다. 행운을 좇다보니까 행복을 소홀히 하고 간과하게 되는 일이 발생한다. 네잎클로버를 찾기 위해 세잎클로버를 짓밟으면서 살 건인가. 그런 질문을 가지고 살아가는 것. 그게 바로 학수가 잘 사는 것 아닐까. 행복한 순간들을 놓치면서 성공을 설계할 것인지, 행복의 순간들을 느끼면서 살 것인지는 삶의 지향점에 따라 사람마다 다를 것이다. 그런 질문을 던지고 싶었다.”

그런 의미에서 ‘청춘’과 ‘아재’는 배타적이지 않다. 이 감독은 ‘상호 보완적 관계’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스카와일드가 말한 ‘육체는 젊게 태어나서 늙어간다. 영혼은 늦게 태어나서 젊어간다.’ 란 문구를 들려줬다.

“70세 먹은 노인을 보면, ‘육체가 노했으니까 정신도 늙었을거야’라고 생각하기 마련이다. 우리가 그 나이를 안 살아봤으니까. 그런데 어린이와 노인은 닮아있다. 인간은 태어나서 정신적으로 이미 영혼이란 것을 갖고 태어난다. 교육을 통해 적응하는 걸 철들었다고 말하는데, 철이 너무 많이 들면 꼰대가 된다. 꼰대가 안 되는 방법은 철을 빼는 것이다.”

“청춘과 꼰대가 사이좋게 공존하고 있다”고 자평한 이준익 감독은 “철을 빼야 한다”고 말했다. 나이 70이 되면 열 살짜리랑 친구가 될 수 있다면서. 그리고선 한가지 비밀을 알려줬다. 그렇게 철을 뺀 70대 눈엔 마흔 아저씨가 꼰대로 보일 수 있다는 것. 이 감독만의 ‘청춘론’은 점점 귀를 쫑긋거리게 만들었다. 기성세대의 거추장스런 외투를 벗어내는 방법은 보다 쉽고 가까운 곳에 있었다.

“철이 든다는 건 꼰대가 된다는 것과 같은 말 아닌가. 인간은 태어나서부터 철드는 교육을 받는다. 열살까지는 철이 안 들어도 크게 야단 받지 않지만, 열 한 살 부터는 언제 철들래? 란 말로 타박 받는다. 그러다 점점 철이 들어간다. 그렇지 않으면 사회생활을 못하니까. 철이 40세 이후에도 계속 들면 꼰대가 된다. 그래서 41세가 되던 해부터 철 빼는 연습을 하고 있다. 철드는 데 30년이 걸렸으니 철을 빼는 것도 30년이 걸리지 않을까. (내 나이가 60이니)지난 20년간 철을 빼기 시작했는데, 아직도 다 못 뺐다. 철이 천천히 들 듯이, 빠지는 것도 천천히 빠지는 게 맞다고 본다.”



철 빼는 노하우도 빼놓지 않았다. 한마디로 “후배 말을 잘 들으면 된다”이다. 아재는 청춘에게 흔쾌히 손을 내밀었다. ‘소통의 확장’이란 거창한 표현보다 훨씬 더 이해가 되는 노하우였다.

“후배 말 들어서 철이 빠진 사람이 바로 나다. 처음엔 쉽지 않을 거다. 내가 그 과정을 거쳐왔으니 다 알고 있고 후배를 도와주려는 의도였다고 생각하니. 하지만 후배 말을 듣기 시작하면, 자동으로 철이 빠진다. 철을 빼면서 후배 말을 듣고 영화를 찍고 있다. 이번에도 정민이 말 듣고 찍었다니 더 좋더라. 하하하.”

마지막으로 ‘변산’을 볼 관객들에게 한마디 했다. “이준익 감독이란 태그를 빼고 봤으면 한다. 내 전작으로부터 가장 멀리 도망가려고 찍은 영화가 바로 ‘변산’이다. 전작으로부터 가장 멀리 가는 게 창작자가 꼭 가야 될 길이라고 생각한다. 철 빼고 또 만납시다.”

/정다훈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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