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코스 로호(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구한 것은 아르헨티나만이 아니었다. 월드컵 우승에 한 맺힌 리오넬 메시(FC바르셀로나)는 물론 메시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레알 마드리드) 간 전설의 대결을 고대하는 전 세계 축구 팬, 대회 흥행에 노심초사하는 국제축구연맹(FIFA) 모두를 실망의 수렁에서 건져낸 짜릿한 한 방이었다.
27일(이하 한국시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린 2018러시아월드컵 D조 최종전. 후반 41분 오른쪽 크로스를 정확한 발리 슈팅으로 마무리한 수비수 로호에게 메시는 마치 아기처럼 업혀 해맑게 웃었다. 2대1 아르헨티나의 승리. 로호의 득점이 아니었다면 지난 대회 준우승팀 아르헨티나는 2002한일월드컵 이후 16년 만에 조별리그 탈락의 수모를 당할 뻔했다. 같은 시각 크로아티아(3승)가 아이슬란드(1무2패)를 2대1로 누르고 조 1위를 확정하면서 꼴찌였던 아르헨티나는 조 2위(1승1무1패)로 16강에 합류했다. 나이지리아는 1승2패 3위.
비겨도 탈락하는 절박한 처지의 아르헨티나를 일으킨 것은 역시 메시였다. 그는 전반 14분 우아한 볼 트래핑에 이은 시원한 골로 희망을 열었다. 이번 대회의 첫 득점. 메시는 2014브라질월드컵 조별리그 나이지리아전(3대2 아르헨티나 승) 이후 662분의 침묵 끝에 월드컵 득점에 성공했다. 아르헨티나는 석연찮은 판정 탓에 후반 6분 페널티킥 동점골을 맞았지만 절실함이 마지막 순간 결과를 바꿔놓았다.
비기기만 해도 16강에 갈 수 있었던 나이지리아는 지긋지긋한 ‘아르헨티나 악몽’에 또다시 발목을 잡히고 말았다. 나이지리아는 1994미국 대회부터 월드컵 아르헨티나전에서 5전 전패를 당했다. 4년 전 조별리그에서 결승골을 내줬던 로호에게 똑같이 결승골을 얻어맞았다.
이제 관심은 아르헨티나와 프랑스의 빅매치로 쏠린다. FIFA랭킹 5위 아르헨티나와 7위 프랑스는 오는 30일 오후11시 카잔 아레나에서 16강전을 치른다. C조 프랑스는 덴마크와의 최종전에서 득점 없이 비겨 2승1무로 조 1위를 차지했다. 조별리그 첫 2경기에서 실망스러운 경기력으로 우승후보에서 제외됐던 아르헨티나가 또 한 번의 극적인 반전을 이뤄낼지 지켜볼 만하다. 2014브라질월드컵 골든볼(MVP) 메시와 2016유럽선수권(유로2016) 득점왕 앙투안 그리즈만(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대결로도 관심을 모으는 한판이다. 그리즈만도 이번 대회에서 1골(페널티킥)을 기록 중이다.
D조 1위 크로아티아와 C조 2위 덴마크는 7월2일 오전3시 니즈니노브고로드 스타디움에서 16강전을 벌인다. 크로아티아 루카 모드리치(레알 마드리드)와 덴마크 크리스티안 에릭센(토트넘)의 ‘야전사령관’ 맞대결에서 승부가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
/양준호기자 migue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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