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국무총리가 이례적으로 문재인 대통령에게 규제혁신점검회의 연기를 건의하고 문 대통령이 이를 받아들인 것은 에어비앤비·우버 등 국민이 피부로 느낄 수 있는 공유경제 분야가 빠졌기 때문이다.
우선 청와대의 27일 설명 등을 종합하면 국무조정실 규제개혁실을 중심으로 한 범부처는 대통령 주재 회의 전날인 지난 26일 오후2시에 정부세종청사에서 사전 브리핑을 했다. 이후 보고를 받은 이 총리는 미흡하다며 질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27일 오전에 이 총리는 문 대통령에게 내용을 보고하고 “규제혁신 보고 내용이 대체로 잘 준비됐으나 국민 눈높이에 맞춰 보강할 필요가 있다”며 연기를 건의했다. 그 뒤 문 대통령은 임종석 비서실장 등 관계 참모진과 회의를 열어 최종 결정했다.
청와대의 한 고위관계자는 “보고서의 내용 중 두 가지 ‘빅 이슈’인 인터넷전문은행 규제완화와 개인정보 규제개혁 등 2건이 부족해 연기한 것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그것을 포함해 예를 들어 공유경제나 여행숙박 등 많은 것에 대한 이야기들이 있었는데 갈등관리가 돼서 정리돼야 할 부분들이 빠진 것에 대한 아쉬움이 있었다”고 말했다. 규제완화를 국민들이 직접 느낄 수 있는 것은 에어비앤비·우버 등 공유경제 분야인데 호텔·택시 등 유관단체의 반발이 워낙 커 진척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한 해법이 당연히 보고서에 담겨 있어야 하는데 한 줄도 거론되지 않자 이 총리가 취소를 건의하고 문 대통령도 이에 공감하고 연기를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이 총리가 대통령이 주재하는 회의를 연기할 것을 건의하기는 이번이 처음이지만 본인이 주재하는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의 경우 준비 부족을 이유로 여러 차례 연기한 바 있다. 환경부는 지난 4월5일 수도권 재활용쓰레기 대란 대책을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에 보고하고 회의 후 언론 브리핑을 할 예정이었지만 전날 이 총리가 미흡하다며 “현장점검부터 하라”고 지시해 안건 상정과 브리핑을 취소했다.
문 대통령이 준비 부족을 이유로 공개회의를 연기하는, 전례가 드문 결정을 내리자 내각은 바짝 긴장하고 있다. 이날 각 부처는 구체적으로 어느 부처의 보고 내용이 연기의 이유가 됐는지 파악하는 데 분주한 모습을 보였다. 보고는 국무조정실 규제개혁실을 중심으로 국토교통부는 드론·자율주행차·스마트시티, 산업통상자원부는 에너지 신산업,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초연결지능화, 금융위원회는 인터넷전문은행·핀테크, 중소벤처기업부는 스마트공장, 농림축산식품부는 스마트팜, 행정안전부는 개인정보를 담당했다. 기획재정부는 참여하지 않았다.
일부에서는 이번 연기가 곧 있을 개각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문 대통령은 최근 연이어 규제개혁의 중요성을 직접 강조했는데 관련 부처는 해오던 대로 ‘보고서를 위한 보고서’를 만드는 데 그쳤기 때문에 질책성 개각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태규·박효정기자 classic@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