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3지방선거는 일회성 사건이 아닌 한국 정치의 구조적·시대적 변화의 의미한다”
강원택(사진)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는 27일 “보수정당은 구조적인 측면에서 지역적·이념적·정책적 틀이 모두 무너졌다”며 이 같이 말했다. 그는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6.13지방선거 여론조사 평가와 정계개편 전망 토론회’에서 “이번 선거가 1990년 이후 지속돼 온 한국 정치의 지형을 크게 바꿔 놓았다”고 했다. 그는 변화 배경으로 ▲부산, 울산, 경남(PK)와 대구, 경북(TK)의 분리로 요약되는 지역주의 약화 ▲ 반공주의·대북적대 정책의 해체 ▲박정희 유산의 청산으로 요약했다.
강 교수는 “TK 한 지역의 유권자 수는 호남 전체 유권자와 동수를 이뤘다”며 “1990년 3당 합당이후 PK지역까지 하나의 정치세력으로 힘이 합쳐져 한나라당 계열 정당은 PK지역 유권주 수만큼의 득표수와 의석수를 앞질러 갈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은 PK에서 최초로 시장과 도지사를 배출하는 등 영남권 유권자 정당지지가 TK와 PK지역 간 분리됐다”고 분석했다.
무엇보다 대북 적대정책과 반공주의가 북미간 화해 분위기, 남북간 화해 분위기와 함께 변화하고 있다는 게 강 교수의 설명이다. 그는 “앞서 두 차례의 남북정상회담은 미국의 관망이나 의심속에 진행됐지만 이번 남북정상회담은 미국의 적극적인 자세와 함께 북미관계까지 변화 가능성을 높이며 보수 정치세력의 정책 노선, 이념, 가치의 근간을 약화시키는 결과를 낳고 있다”고 해석했다.
마지막으로 박정희를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시각 변화도 크다고 봤다. 그는 “한국 보수정치를 마련한 정신적 근거와 중요한 존재는 박정희”라며 “박정희 시대부터 보수는 때도 묻고, 부패하지만 유능하잖아라는 시각이 자리잡았다”고 말했다. 강 교수는 “이런 시각에서 이명박 정권이 들어섰고, 박근혜 시절을 거쳤지만, 과거 패러다임의 정책은 유효하지 않다는 걸 유권자가 알게 됐다”며 “비로소 박정희 신화에서 벗어나게 됐다”고 분석했다.
강 교수는 “지방선거를 통해서 확인이 된 보수정치의 몰락은 사실 매우 심각한 상황”이라며 “예전 처럼 텐트(천막당사)를 쳐도, 비상대책위원장을 영입해도 별 효과가 없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2020년 총선까지 우왕좌왕하는 상황은 계속될 것”이라며 “총선과정에서 인적 개편을 하고 젊은 보수를 끌어들여 모습을 바꿀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한편, 문재인 정부에 대해서는 청와대 중심 국정 주도 모습에서 탈피해 민주당의 존재감이 강해지고 협력관계를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인적 충원의 폭을 확대하는 등의 국정운영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송종호기자 joist1894@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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