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을 살해한 동남아 여성들에 대한 공판의 최종변론이 시작됐다.
27일(현지시간) 현지언론과 외신에 따르면 말레이시아 샤알람 고등법원은 이날 오전 살인 혐의로 기소된 인도네시아인 시티 아이샤(26·여)와 베트남 국적자 도안 티 흐엉(30·여)의 구두변론 절차를 개시했다. 두 피고인은 작년 2월 13일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에서 김정남의 얼굴에 화학무기인 VX 신경작용제를 발라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이들은 몰래카메라를 찍는다는 북한인 주범들에게 속아 이용된 것 뿐이라며 억울함을 호소해 왔다.
실제, 피고인들에게 VX를 주고 김정남의 얼굴에 바르도록 한 리지현(34), 홍송학(35), 리재남(58), 오종길(56) 등 북한인 용의자 4명은 범행 직후 출국해 북한으로 도주했지만 두 사람은 현지에 남아 있다가 잇따라 체포됐다. 이들의 객실에는 VX 잔여물이 남은 옷가지가 세탁조차 되지 않은 채 방치돼 있었다. 그러나 이번 사건을 담당한 완 샤하루딘 완 라딘 검사는 이날 기자들에게 피고인들의 주장에 대해 “단순히 희생양이라면 이런 임무를 수행할 수 없다. 실패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훈련을 받았음에 틀림없다”며 반박했다.
샤알람 고등법원은 오는 29일 최종변론을 마무리한 뒤 선고절차에 들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최종변론 종료로부터 선고까지는 약 한 달이 걸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말레이시아 형법은 고의적 살인의 경우 예외 없이 사형을 선고하도록 규정하는 만큼 유죄가 인정될 경우 피고인들은 교수형에 처할 수 있다.
말레이시아는 북한인 용의자 4명을 ‘암살자’로 규정하면서도 북한 정권을 사건의 배후로 직접 지목하지는 않았다. 북한은 김정남이 단순 심장마비로 사망했으며, 리재남 등 4명은 그가 숨진 시점에 우연히 같은 공항에 있었을 뿐이라고 강변해 왔다. /홍승희인턴기자 shhs9501@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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