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미래 일자리가 불투명해진 원자력 관련 학과 학생들은 그야말로 ‘패닉’에 빠졌다. 아예 방향을 튼 학생들도 있지만 그렇지 못한 학생들은 공부를 계속해야 하는지에 대한 동기조차 부여받지 못하고 있는 처지다.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재학생인 김모(23)씨는 “정부의 탈원전 정책은 ‘알아서 살길을 찾으라’는 것이나 다름없다”며 “주변에 당장 휴학을 고민하고 있는 친구들이 많아 현재로서는 진로를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취업을 앞둔 같은 학과 재학생 장모(28)씨는 “교수님조차도 명확한 조언을 해주지 못하고 있어 답답한 상황”이라며 “현재로서는 전공을 옮기거나 공무원시험 준비로 전환하는 게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했다. 중앙대 에너지시스템공학부에 재학 중인 변모(22)씨는 “지난해 탈원전 논란이 처음 제기된 후 최근 월성 1호기 중단 등으로 학생들의 불안은 갈수록 커져 전공 신청자가 더욱 줄어들 가능성이 큰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차민수(21·서울대 원자핵공학과) 전국원자력대학생연합회 대표는 “입학 초기 교수님들이 학생들에게 한 ‘원자력공학은 지식의 산물’이라는 말에 학생들의 자부심도 상당했다”며 “인공태양 등 원자력 기반의 유망 기술을 선도할 인재를 꿈꿨던 학생들은 이제 일자리를 찾을 수 있을지 불안감에 떨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그는 “탈원전이 현실화되면 관련 산업과 연구기반이 모두 무너지는데 어느 누가 마음 편히 공부할 수 있겠느냐”며 “교수들도 마찬가지”라는 말도 덧붙였다.
학계의 반대 등에 따라 정부가 원자력 정책의 방향을 전환하기를 기대하는 학생들도 있다. 경희대 원자력학과 휴학생인 한모(25)씨는 “당장 취업 길이 막혔기 때문에 일단 휴학으로 시간을 벌어놓고 있다”며 “정부에서 뭔가 후속조치를 내놓을 것이라는 기대만 갖고 있다”고 말했다. 세종대 원자력공학과에 재학 중인 양모(23)씨는 “학과 교수님들이 과거 김대중·노무현 대통령 때도 탈원전을 추진하다 중단한 사례를 들어 안심시키고는 있지만 불안한 마음에 기계공학과로 복수전공을 신청했다”며 “산업계에 종사하는 대신 방사선관리 자격증 등을 공부하면서 대안을 찾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고 전했다.
정부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쏟아졌다. 한장훈(23) 한양대 원자력공학과 회장은 “원자력공학과 재학생 중에는 학과에 진학하기 위해 재수·삼수까지 감수했던 친구들도 있다”며 “많은 학생이 미래를 위해 더 안전하고 효율적인 원자력발전소를 구성할 수 있도록 공부하고 있는 데 반해 이런 고민 없이 내놓은 정부 정책은 원자력의 정체 혹은 퇴보로 이어져 오히려 역효과를 불러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외에도 중앙대 에너지공학부는 올해 원자력 전공 지원자가 급감하면서 후순위 지망자를 배정하는 형식으로 정원을 메우고 있고 KAIST 원자력 관련 학과를 선택한 학생이 전체 1학년 819명 가운데 5명에 불과할 정도로 원자력 관련 학과를 운영하고 있는 대학의 재학생들의 기피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최성욱·신다은기자 secre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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