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에 이어 캐나다 정부도 철강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 발동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철강·알루미늄 고율 관세를 피해 수입산 철강이 밀려 들어오지 않도록 예방하겠다는 것으로, 미국발 보호무역주의 장벽이 도미노처럼 번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캐나다 정부가 수입산 철강 쿼터(수출물량 제한)에 더해 추가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으며 이르면 다음주에 공식 발표가 나올 수 있다고 2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세이프가드 대상국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중국이 포함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EU도 수입산 철강에 대한 세이프가드 적용을 검토하고 있다. 이날 세실리아 말름스트룀 EU 통상담당 집행위원은 EU가 수입하는 철강 규모와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간 연관성을 조사 중이며 EU 집행위원회가 이에 대응하는 조치를 다음달 중순께 도입할 수 있다고 밝혔다. 모두 종전에 미국으로 수출되던 철강이 대체지인 캐나다와 EU로 밀려 들어와 자국 기업에 타격을 줄 것을 우려한 조치다.
EU와 캐나다의 세이프가드는 중국을 겨냥한 측면이 크다. 저가의 중국 철강 유입이 늘어 시장을 교란시키면 현지 철강업계가 타격을 받을 것이 불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세계 1위 철강업체인 아르셀로미탈의 숀 도널리 캐나다 지사 최고경영자(CEO)는 “철강 시장도 경쟁체제 하에서 작동해야 한다”며 “캐나다 정부의 불공정무역 대응은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U는 중국산 외에 터키·러시아산 철강 유입도 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U와 캐나다를 주요 수출국으로 둔 한국산 철강이 타격을 입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국은 지난해 EU에 350만톤의 철강을 수출해 4위 철강 수입국으로 뛰어올랐으며 캐나다에서도 미국과 중국에 이어 3위 수입국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변재현기자 humblenes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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