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독일의 월드컵 경기 이후 일부 외국인 방송인들의 SNS에 때 아닌 설전이 펼쳐졌다.
지난 27일 러시아 카잔 아레나에서 2018 러시아 월드컵 조별예션 F조 대한민국과 독일의 경기가 열렸다. 많은 이들이 독일의 승리를 예상했지만 이날 한국 팀은 놀라운 선전을 보이며 독일을 상대로 2대 0의 승리를 이끌었다.
예상치 못한 승리에 많은 국민들이 기쁨을 나눴지만 일부 누리꾼들의 도를 넘은 행위가 불편한 논란으로 이어졌다. 이날 함께 경기를 치른 독일과 멕시코 출신 방송인들의 SNS에 악성 댓글을 남기기 시작한 것.
JTBC ‘비정상회담’으로 얼굴을 알린 독일 출신 방송인 닉(니클라스 클라분데)은 경기 직후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저도 독일 팀 못한 거 인정한다”며 “저한테 축구 진짜 중요하고 진거 사실 저도 심적으로 슬픈데 제 인스타까지 와서 굳이 욕설을 할 필요가 있나요?”라고 밝혔다.
앞서 닉은 KBS2 ‘볼쇼이영표’에 출연해 “(조 추첨 결과 때문에) 한국에 미안했다”며 독일 축구에 대한 강한 자신감을 보였다. 그의 발언은 한국-독일전이 끝난 후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퍼졌고 일부 누리꾼들이 SNS를 찾아가 그를 비난하기 시작했다.
이에 닉은 “방송에서 우리나라에 대한 자부심 가지는 거 뭐가 그렇게 아니꼬와서?”라며 “앞으로 그럼 눈치 보고 방송하라고? 솔직히 대부분 한국 사람들도 경기 전에 독일 이기는 예상 하던데. 제가 한국 욕한 것도 아닌데 왜 욕먹어야 하나요?”라고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이어 “한국 이겨서 저한테 욕할 수 있다고 핑계 만들어서 심한 욕설하는 사람한테 그냥 꺼지라고 전해주고 싶다. 운동은 다 같이 즐기면서 평화로운 마음으로 보는 거지 누굴 비하하고 꾸짖으려고 보는 게 아니다”라고 충고했다.
멕시코 출신 방송인 크리스티안 부르고스 역시 이와 비슷한 논란에 휩싸였다. 크리스티안은 한국-독일전이 끝난 후 “멕시코는 창피하게 진출했지만 한국은 영광스럽게 탈락했다”며 한국 축구팀을 칭찬했다.
하지만 멕시코 현지 축구 팬들의 행동이 문제가 됐다. 일부 멕시코인들이 경기 직후 손가락으로 눈을 옆으로 찢으며 동양인을 비하하는 듯한 행동을 하면서 한국인들의 분노를 샀다. 이에 한 누리꾼은 크리스티안이 멕시코 출신이라는 이유로 SNS에 악성 댓글을 남겼다. 크리스티안과는 아무 관련이 없는 논란임에도, 그의 SNS는 이미 누리꾼들의 설전으로 도배됐다.
독일과의 경기에서 기적적인 승리를 이룬 한국 축구팀의 선전은 충분히 기뻐 할만하다. 하지만 그 열기가 아무 관련 없는 외국인 방송인들을 향한 비난으로 이어지는 양상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김다운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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