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권이 이렇게 잘하는 선수였던가.
축구대표팀의 수비불안을 향한 비난의 화살을 항상 홀로 맞았던 김영권이 월드컵 무대에서 반전을 일으키며 주인공으로 떠올랐다. 팬들은 소위 ‘까방권(비난하지 말자는 뜻)’까지 얻었다며 그의 노력을 추켜세우고 있다.
27일(현지시간) 러시아 카잔의 카잔 아레나에서 열린 월드컵 조별리그 F조 3차전에서 김영권은 후반 추가시간 극적인 헤딩슛으로 선제골을 뽑아냈다. 매 경기 전 골을 넣을 선수로 손흥민과 황희찬 등이 손꼽혔던 만큼 김영권의 득점은 대한민국의 새벽을 뒤흔들기에 충분했다.
경기 후 김영권은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른 채 울먹이는 목소리로 “4년 동안 너무 힘들었다. 앞으로 한국 축구를 위해 희생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성적으로 봤을 때는 만족할 수 없다. 조별리그에서 탈락했기 때문에 계속 반성 할 것”이라며 “월드컵에 계속 도전할 텐데 앞으로 조별리그를 통과를 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김영권은 최근 축구대표팀에서 가장 많은 비판을 한 몸에 받았다.
수비 불안의 핵심으로 불렸고, 지난해 8월 31일 이란과의 러시아 월드컵 최종예선 9차전 이후 “관중의 함성이 크다 보니 선수들이 소통하기가 힘들었다”고 말해 인터넷 커뮤니티를 불바다로 만들기도 했다.
월드컵을 앞두고 다시 대표팀에 승선한 김영권은 “이제 정신 차리겠다”는 말을 반복했고 실제로 월드컵 개막 후 자신의 약속을 지켰다. 그는 이 시간이 자신에게 “정말 많은 도움이 됐다”며 “그런 계기가 없었다면 오늘처럼 골을 넣는 상황은 안 나왔다. 비난이 나를 발전하게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1·2차전 패배에도 이를 악물고 몸을 내던지는 수비로 팬들에게 작게나마 위안을 줬던 김영권은 이날 독일전에서도 세계적인 선수들의 공격을 온몸으로 막아냈다. 그리고 후반 정규시간이 끝날 무렵, 코너킥 상황에서 흘러나온 공을 골대 오른쪽 상단에 정확하게 꽂아넣으며 최고의 하루를 만들었다.
김영권은 골을 넣고 오프사이드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비디오판독(VAR)을 거치는 동안의 기분에 대해 “제발 골이길 빌고 또 빌었다“며 ”한 골 넣으면 독일 선수가 급해지기 때문에 좋은 상황이 될 것 같았다“고 말하며 당시 흥분을 전하기도 했다.
/김진선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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