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신여대 역사상 처음으로 학생·교직원·교수·동문 등 전 구성원이 직접 참여해 선출한 총장. 오는 7월 취임하는 양보경 총장은 그 자리의 무게를 의식한 듯 “감사함 이상의 책임감과 시대적 소명을 느낀다”고 밝혔다. 이어 “집단지성과 서로에 대한 신뢰를 토대로 이뤄낸 결과인 만큼 총장 직선제가 유지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성신여대는 주요 사립대 중 이화여대에 이어 학생·교수 투쟁으로 직선제를 얻어낸 두 번째 대학이다. 교비 횡령과 독단 행정으로 지탄받던 심화진 전 총장이 세 번째로 연임한다는 소식이 들려오자 학내 구성원들이 협상 카드로 ‘총장직선제’를 꺼냈다.
이사회 측에서 반응이 없자 집단행동이 시작됐다. 학생들은 캠퍼스를 돌며 항의시위를 벌였고 교수들은 교문 앞 1인 시위에 나섰다. 양 총장도 등굣길 교문 앞에 서서 피켓을 들었지만 실제로는 마음고생이 많았다고 털어놓았다.
“저희끼리 ‘엄혹하다’는 표현을 썼는데 조금만 상이한 의견을 내면 바로 불이익이 들어왔어요. 스스로 말과 행동을 자제해야 했지요.”
고통이 컸던 만큼 직선제가 결정된 순간의 기쁨도 컸다. 학생 2,000명이 중앙도서관 앞을 가득 채운 모습은 양 총장에게 잊을 수 없는 장면이다. 그는 “짧은 시간에 이렇게 큰 변화를 이룬 것은 성신 구성원의 잠재력이 엄청나다는 증거”라고 했다.
7월 교수 보직 임명을 앞둔 양 총장은 인사에서부터 변화를 만들어갈 예정이다. 그는 “구성원이 가장 힘들어하고 좌절했던 게 불공정한 인사였다”며 “인사 태스크포스(TF)를 가동해 각자가 열심히 일한 만큼 보상할 수 있도록 약속할 것”이라고 전했다.
지난해 이화여대에서 시작된 직선제 바람은 성신여대를 거쳐 동덕여대와 고려대에도 불고 있다. 양 총장은 “총장 선출 방식은 이사회 결정 사안이라 성신여대가 계속 직선제를 유지할 것이라고 말하기는 조심스럽다”면서도 “집단 간 신뢰와 지성을 바탕으로 최대한 장점을 살려나간다면 성신여대와 우리 사회 모두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임지훈·신다은기자 down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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