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문제가 미중 갈등에 새로운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 이란 핵 합의에서 탈퇴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원유수입 중단 등 대이란 제재를 되살리며 압박 강도를 높이고 있지만 중국은 이란산 원유수입을 금지할 의사가 없다고 밝히면서 미국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중국의 반발에는 미 달러화 중심의 원유거래 시스템에서 독립하려는 의지가 담긴 것으로 분석된다.
AP통신은 미 재무부가 27일(현지시간) 미국 기업과 개인의 대이란 무역금지 조치를 발표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라 오는 8월6일부터 이란에 대한 미국 기업의 항공기부품 수출이 중단되며 카펫·피스타치오·캐비어 무역도 전면 금지된다. 오는 11월4일부터는 원유 구매를 포함한 모든 거래가 중단된다.
트럼프 행정부가 각국 정부에 이란산 석유거래 중단을 압박한 후 독자제재에까지 나서면서 국제유가는 이틀째 급등했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8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일 대비 3.2% 급등한 배럴당 72.76달러에 마감돼 3년7개월 만에 최고치로 뛰어올랐다. 런던 ICE선물거래소의 8월물 브렌트유도 배럴당 1.23% 오른 77.25달러를 기록했다.
미국의 이란 제재로 원유시장이 요동치는 가운데 이란 문제가 미중 간 새로운 갈등의 불씨가 돼 금융시장 불안으로 번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루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이란은 (중국의) 우호국으로 (우리가) 에너지 협력 등에 대해 비난을 받을 까닭이 없다”며 11월4일까지 이란산 원유수입을 중단하라는 미국의 요청을 사실상 거부하면서 달러화 결제 시스템에 반기를 들고 나섰기 때문이다. 이란은 원유대금을 미국의 제재 대상인 이란 중앙은행을 통해 결제하도록 정해놓았다. 미국은 이란 중앙은행과 거래하는 금융기관에 달러 취급금지 등 2차 제재를 가할 예정으로 이란산 원유수입을 이어갈 경우 사실상 ‘달러 결제 시스템에서 배제하겠다’는 압박을 가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이 미국의 압박을 거부한 것은 사실상 달러 중심의 원유결제 시스템에서 독립하려는 행보라는 것이 니혼게이자이신문의 분석이다. 중국을 필두로 미국의 강압적인 이란산 원유수입 금지에 반대하는 각국이 달러 시스템 이탈을 가속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편 미국이 압박 강도를 높이자 이란은 핵시설 재가동에 나섰다. 이란원자력청은 이날 육불화우라늄(UFG) 생산설비를 9년 만에 재가동해 옐로케이크 한 통을 산출했다고 밝혔다. 옐로케이크는 우라늄 농축 과정에서 나오는 중간생산물을 뜻한다.
/변재현기자 humblenes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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