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이 28일(현지시간) 중남미 각국에 정치·경제 위기에 허덕이는 베네수엘라를 고립시키는데 동참해달라고 촉구했다.
펜스 부통령은 이날 에콰도르 수도 키토에서 레닌 모레노 대통령과 공동 기자회견을 열어 “우리의 집단 안전보장을 위협하는 하나의 구체적인 위협이 있다”면서 “독재, 박탈, 절망에 빠진 베네수엘라의 몰락이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라고 밝혔다고 로이터 통신이 전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에콰도르를 비롯한 다른 역내 동맹국들에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정권을 더 고립시키기 위한 조치를 취해달라고 정중하게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모레노 대통령은 미국의 촉구에 의견을 달리했다. 그는 “베네수엘라를 위한 해법은 베네수엘라인들만이 찾을 것으로 믿고 있다”면서 유엔의 개입을 촉구했다. 이어 “에콰도르 정부는 15만 명에 육박하는 베네수엘라인들을 받아들였다”며 “인도주의적 위기를 우려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앞서 브라질 정부도 “베네수엘라에 대한 일방적인 제재나 결정에 반대하며 베네수엘라 문제는 미주기구(OAS)에서 다뤄져야 한다”면서 마두로 정권을 국제사회로부터 고립시켜야 한다는 펜스 부통령의 요청을 사실상 거절했다.
모레노 대통령은 대미 관계에 대해서는 “라파엘 코레아 전 대통령이 10년간 재임하던 시절에 긴장이 조성됐던 미국과 양자 관계를 개선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펜스 부통령 방문을 계기로 미국과 에콰도르는 마약밀매, 국제 조직범죄와 관련된 정보를 교환하는 등 협력하기로 합의했다.
전날 에콰도르에 도착한 펜스 부통령은 이날 모레노 대통령과 만나 베네수엘라 문제에 대한 인식을 공유하고 양국 간 무역 증진 방안 등을 논의했다.
그는 음식과 의약품 등을 얻기 힘든 생활고를 견디지 못해 모국을 등지고 에콰도르로 건너온 베네수엘라 난민들과도 만났다. 미국은 에콰도르 정부가 증가하는 베네수엘라 난민 유입에 대처할 수 있도록 200만 달러를 지원하기로 했다.
유엔은 2015년부터 2017년까지 약 100만 명의 베네수엘라인들이 기아와 실업, 유행병 확산 등을 견디지 못해 모국을 떠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미국은 그간 자국민들이 베네수엘라 고위 관리들과 사업적으로 거래하는 행위를 막고, 미 투자자들이 베네수엘라 신규 채권을 매입하는 것을 금지하는 제재를 단행했다.
마두로 대통령은 전날 중남미를 순방 중인 펜스 부통령을 향해 ‘독사’라고 비난하고 미국의 정권 전복 음모를 분쇄하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홍승희인턴기자 shhs9501@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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