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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호정의 톡톡 월드컵]<7>선수 피땀에만 기댄 한국축구

정체성 없는 한국축구, 대가는 선수가 치렀다

강점살린 전술 개발·적용하려면

한국축구 색깔부터 명확히 해야





지난 28일 러시아월드컵 독일전을 승리한 뒤 한데 모여 서로 격려하는 한국 축구대표팀. /연합뉴스


독일전은 선수들이 피땀을 짜내 거둔 승리였다. 그러나 그 뒤에는 씁쓸함과 미안함이 남는다. 돌아보면 한국의 월드컵사 대부분이 그랬다.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죽기 살기로 부딪쳐 거두는 결과. 4년을 효율적으로, 계획적으로 준비하지 못한 대가로 늘 선수들의 투혼과 미지의 힘에 기대야 했다. 감동은 짜릿하지만 4년 뒤 다시 재연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우리 스스로 의심을 한다.

독일전이 끝나고 만난 영국의 유명 축구 저널리스트 조너선 윌슨은 “한국 경기를 두 번 봤다. 스웨덴전은 정말 이상했는데 독일전은 정말 위대했다”고 평가했다. 일관적이지 않은 경기력에 대한 평가는 신태용 감독의 전술적 준비와 선수들의 능력에 대한 지적만이 아니다. 월드컵을 준비하는 4년간 우리가 허비한 시간과 기회에 대한 반성이 필요하다.

러시아월드컵의 특징적 흐름 중 하나는 자신들의 축구에 대한 확신이다. 과거처럼 특정팀의 성공이 준 전술적 트렌드를 좇기보다는 각 국가가 스스로 지닌 강점과 스타일에 맞게 조율했다. 4년 전 단 1승도 거두지 못했던 아시아 팀들이 4승을 챙긴 것도 그런 배경에서다. 한국도 1승을 추가하며 자존심을 지켰지만 그 색채가 두드러진 경우는 아니었다.



4년 전 브라질월드컵 실패 후 정몽규 회장 체제의 대한축구협회는 뼈를 깎는 쇄신과 변화로 러시아월드컵에서는 달라지겠다고 다짐했다. 그 출발이 7년 만의 외국인 감독 선임이었지만 선수 시절 이름값만 믿고 선임해 실패를 예약했다. 러시아월드컵의 여정이 끝난 지 하루도 되지 않아 축구협회가 새 외국인 감독 선임을 서두른다는 보도가 나왔다. 독일전 승리에도 신 감독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면피하고 새 감독 선임으로 화제를 돌리겠다는 의도로 느껴진다.

사실 그 전에 묻고 싶은 것이 있다. 축구협회는 우리가 어떤 강점을 지녔는지, 무엇이 세계에서 통하는 한국 축구인지 정체성을 파악은 하고 있는가. 그 전제를 바탕으로 한국의 강점을 살릴 감독을 찾아야 하는데 울리 슈틸리케보다 더 비싼 연봉과 인지도를 지닌 감독을 데려온다고 무조건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지난 4년간 한국 축구를 흔든 것은 축구협회 스스로 선택한 것이었다.

객관적 전력이 떨어지는 팀은 앞으로 월드컵에서 성공하기가 더 힘들어진다. 판정의 행운은 이제 비디오판독시스템(VAR)이 지켜보고 있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클럽팀과 선수의 권익 보호차 장기합숙과 조기 소집을 어렵게 하는 규정을 강화하고 있다. 우리의 축구를 꾸준히 쌓고 강화하지 않으면 4년 뒤에도 선수들의 피땀을 짜낸 요행을 목격하는 데 그칠 것이다. /상트페테르부르크=서호정 축구칼럼니스트

※서울경제신문은 2018러시아월드컵 시즌을 맞아 서호정 축구칼럼니스트의 글을 연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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