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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반도체 이후가 안보이는 게 더 문제다

한국 경제를 외롭게 떠받쳐 온 반도체가 최근 심상치 않다. 통계청이 발표한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산업생산은 한 달 전보다 0.3% 늘어났지만 반도체는 7%나 감소했다. 반도체 생산이 줄어든 것은 7개월 만에 처음으로 4월 9.1%, 지난해 같은 기간에 8.3% 늘어난 것과는 극명한 대비를 이룬다. 생산만 줄어든 게 아니다. 내수는 15.3%나 급감하며 두 달 연속 감소세를 보였고 가동률도 5.7%나 떨어졌다. 반도체 재고 조정을 위해 생산을 줄인 탓이라는 게 통계청의 분석이지만 그동안의 호황이 끝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반도체에 대한 이상 신호는 지표에서만 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급등하던 낸드플래시 가격은 이미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 상황이다. 하반기 중국 반도체 업계가 양산에 돌입하면 하락 속도가 더 빨라질 수 있다. 장기 호황을 이끌었던 공급부족 현상이 공급과잉으로 전환할 수 있다는 우려가 곳곳에서 등장하는 이유다. 현재의 호황이 ‘거품’이라는 경고까지 나오는 판이다. 수출의 20%, 16만명의 일자리를 반도체에 의존하고 있는 우리로서는 허투루 들을 내용이 아니다.

문제는 반도체의 뒤를 이을 새로운 성장동력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산업계 안팎에서는 몇 년 전부터 ‘반도체 이후’를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있었지만 현실로 나타난 것은 거의 없다. 인공지능(AI)과 로봇·드론을 비롯한 4차 산업혁명 분야의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는 말은 많았지만 미국·일본은 고사하고 중국에도 몇 년이나 뒤처져 있는 게 우리의 현실이다. 최근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는 공유경제 관련 산업도 지지부진한 것은 마찬가지다. 반도체 착시에 가려 한국경제의 현실을 제대로 보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올 만하다.



조선을 비롯한 주력 산업이 부진한 가운데 반도체까지 경고음이 울리고 있는 것은 우리에게 남은 시간이 별로 없음을 뜻한다. 새로운 먹거리를 찾아야 한다는 원론만 내세울 때가 아니다. 민관은 물론 정치권도 힘을 합쳐 ‘제2의 반도체’를 발굴하고 육성하는 실질적인 단계로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재탕 삼탕을 반복하는 뻔한 대책이 아니라 기업들이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실질적인 규제 혁파를 이뤄야 성과를 낼 수 있다. 혁신성장과 일자리 창출은 이를 통해서만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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