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들이 4차 산업혁명을 피부로 느끼는 때가 와도 결국 제품·서비스의 편의성과 소비효율(가격)이 구매의 판단기준이 될 수밖에 없어요. 중소기업과 벤처도 이 두 가지를 절대 놓쳐서는 안 될 것입니다.”
인수합병(M&A)의 귀재로 불리는 박혜린(50·사진) 옴니시스템 대표는 기술개발이 최선의 기업생존 전략이라고 말한다. 박 회장은 최근 서울 여의도 세대융합창업캠퍼스에서 열린 ‘강소기업 세미나’ 강연에서 “새로운 도전의 힘은 연구개발(R&D)에서 나온다”며 “사람에 대한 서비스 마인드를 혁신하는 것도 기술”이라고 강조했다.
신용카드·전자화폐 시스템 업체인 바이오스마트를 비롯해 스마트 전력계량 플랫폼 기업 옴니시스템, 라미화장품등 10개 회사를 거느린 박 회장은 영업이익의 10%를 무조건 기술개발에 투자하는 원칙을 세웠다. 그는 “기업 핵심역량은 기술을 자체적으로 개발하는 데 있다”며 “많은 재원이 투입되지만 한 개만 성공하더라도 그 효과는 200%”라고 말했다.
에너지 부문의 핵심으로 700억원대 연매출을 올리는 옴니시스템도 박 회장이 유망 분야로 예견한 에너지저장장치(ESS) 플랫폼 개발을 위해 5년 전부터 투자에 집중했다. 그는 “ESS 분야 중에서도 관리 시스템을 기술장벽이 높은 분야로 판단했고 지금은 에너지 부문에서 가장 중요한 사업이 됐다”고 설명했다.
박 회장은 ‘나는 나로서만 존재한다’는 좌우명에 걸맞은 자수성가형 사업가다. 서울 방이동 정미소집 막내딸로 자란 그가 벌인 첫 사업은 대학 4학년 때인 1990년 강남 테헤란로에 연 수입타이어 가게였다. 동네 잘사는 아저씨들을 끌어들이겠다는 생각으로 시작했고 어음을 쓰지 않는다는 철칙을 지켜 1997년 외환위기에서도 살아남았다. 그는 “전국의 수입타이어 도매상들을 인수한 게 첫 M&A가 된 셈”이라고 말했다.
박 회장은 이후 자신이 소유한 건물을 임차하고 있던 케이비씨(현 바이오스마트)가 적대적 M&A 위기에 처하자 투자자로 지원에 나섰고 2007년 결국 대표이사까지 올랐다. 스마트그리드가 떠오르는 시기인 2009년 옴니시스템도 인수했다. 스마트계량기 수요가 늘면서 관련 사업은 더욱 주목을 받았다. 지난 5월에는 출판사 시공사를 인수하면서 M&A 시장에 화제를 뿌렸다.
그는 “이제는 비즈니스의 한계가 사라졌다”며 “자신만의 독보적인 비즈니스 모델이 존재한다는 ‘무지개 같은 꿈’은 버리라고 말하고 싶다”고 조언했다.
박 회장은 최고경영자(CEO)를 1부터 100까지 해야 하는 사람으로 정의했다. 지금도 다음 사업을 생각하고 있지만 10년 후를 내다보지는 않는다는 그는 “현재가 꿈”이라고 말했다. 스스로를 현장형 사업가로 표현한 그는 ‘백견이 불여일행’을 인용하며 “행동을 해야 기회가 온다”고 강조했다. 박 회장은 “한 번 실패하면 그 하나를 버리고 다음 99가지를 다시 생각해야 한다”며 “다른 도전에 나서야 다시 이룰 수 있는 확률이 생긴다”고 덧붙였다.
/글·사진=박현욱기자 hw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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