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2위 브라질과 3위 벨기에가 맞닥뜨린다. 랭킹 1위 독일이 한국에 발목 잡혀 조별리그에서 탈락한 가운데 ‘미리 보는 결승’이 8강에서 성사됐다.
월드컵 통산 5회 우승의 브라질과 1986년의 4강 신화를 재연하려는 벨기에는 오는 7일 오전3시(이하 한국시각) 러시아 카잔 아레나에서 2018러시아월드컵 8강전을 벌인다. 두 팀 간 역대 첫 A매치라 더 기대를 모으는 한판이다. 여기서 이긴 팀은 우루과이-프랑스전(6일 오후11시) 승자와 결승 진출을 다툰다.
FIFA 랭킹뿐 아니라 이번 대회 경기 내용만 봐도 브라질과 벨기에의 만남은 미리 보는 결승이 틀림없다. 브라질은 3일(한국시간) 사마라 아레나에서의 멕시코와 16강에서 2대0으로 이겼다. 7회 연속 8강 진출. 한국의 독일전 승리 덕에 가까스로 F조 2위를 지켰던 멕시코는 7회 연속 16강까지만 가는 아쉬운 기록을 이어갔다. 멕시코 골키퍼 기예르모 오초아는 독일전 9개의 선방에 이어 이날도 8세이브로 ‘거미손’을 뽐냈지만 팀 패배에 빛이 바랬다.
리오넬 메시(FC바르셀로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레알 마드리드)가 나란히 16강전 패배로 일찍 짐을 싸 돌아간 가운데 세계 최고 몸값(이적료 약 2,894억원)의 네이마르(파리 생제르맹)는 브라질을 8강으로 이끌며 우승 희망을 부풀렸다. 네이마르는 후반 6분 드리블로 수비진을 유도한 뒤 왼쪽의 윌리앙에게 내줬고 윌리앙의 슈팅 같은 크로스를 미끄러지며 밀어 넣었다. 그의 이번 대회 2호이자 월드컵 통산 6호 골. 후반 43분에는 호베르투 피르미누의 쐐기골을 도왔다. 1골 1도움으로 경기 최우수선수에 뽑힌 네이마르는 “나는 포기를 모르는 브라질 국민이다. 우리 팀은 경기를 치를수록 나아지고 있다”며 여섯 번째 우승에 자신감을 드러냈다. 네이마르는 그동안 적잖은 비난에 시달렸다. 바르셀로나에서 옮긴 파리에서 기대에 미치지 못한데다 지난 2월 발 부상까지 입어 3개월을 쉬었다. 이번 대회 들어서는 평범한 반칙에도 과한 ‘액션’을 취하면서 상대 팀에 ‘밉상’으로 찍히기도 했다. 브라질의 치치 감독은 “심판 판정에 개의치 말고 너의 축구를 하라고 얘기했다”며 점점 이름값을 하는 에이스의 모습에 흐뭇해했다. 네이마르는 이번 대회 들어 23개 슈팅과 12개의 유효슈팅을 했다. 참가선수 중 최다. 23개로 최다 파울을 얻어내기도 했다.
‘황금세대’라 불리는 벨기에는 죽다 살아났다. 로스토프 아레나에서 치른 일본(61위)과의 16강전에서 후반 초반 연속골을 얻어맞아 0대2로 끌려가다 후반 24분부터 3골을 터뜨려 3대2로 역전승했다. 역대 월드컵 녹아웃 라운드(16강 이상)에서 정규시간에 2골 차 이상으로 뒤지다 이긴 팀은 1966년의 포르투갈 이후 52년 만에 벨기에가 처음이다. 당시 8강에서 에우제비우를 앞세운 포르투갈은 북한을 5대3으로 눌렀다.
브라질에 네이마르가 있다면 벨기에에는 에당 아자르(첼시)가 있었다. 후반 초반 강력한 슈팅으로 골대를 맞힌 아자르는 1대2로 쫓아간 후반 29분 날카로운 크로스로 마루안 펠라이니의 헤딩 동점골을 어시스트했다. 벨기에는 후반 추가시간인 49분에 터진 나세르 샤들리의 ‘버저비터 골’로 드라마의 결말을 썼다. 펠라이니와 샤들리 모두 후반에 투입된 교체 멤버였다. 앞서 후반 24분 수비수 얀 페르통언이 모서리에서 넣은 헤딩 패스가 골키퍼의 키를 넘겨 골로 연결되는 행운도 따랐다. 경기 MVP로 뽑힌 아자르는 “교체 선수의 차이에서 결과가 갈렸다. 엄청난 선수들이 즐비한 브라질과의 대결은 정말 흥미로울 것”이라고 했다.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후방 패스로 ‘시간 끌기’를 하다 거센 비난에 시달렸던 일본은 이날은 ‘아름다운 퇴장’으로 찬사를 받았다. FIFA 관계자는 트위터에 일본 대표팀이 떠난 로커룸 사진을 올리며 “그들은 경기장의 팬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고 벤치와 로커룸까지 깨끗하게 청소했다. 러시아어로 ‘감사합니다’라는 메모까지 남겼다”며 “모든 팀의 본보기”라고 극찬했다.
/양준호기자 migue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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