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심 좋은 ‘맛의 고장’인 전주에서 2~3개의 식당만 콕 집어 맛집이라고 소개하는 것은 사실 어불성설이다. 골목골목 어느 식당을 찾아가도 푸짐하고 맛도 끝내주는 상차림을 내오는 도시가 바로 전주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맛집이 셀 수 없이 많다”며 고민만 하다 시간을 흘려보낼 수는 없는 일. ‘식사’와 ‘술안주’ ‘해장’ 코스로 나누어 가성비 좋고 접근성 훌륭한 식당들을 골라봤다.
경기전(慶基殿)과 전동성당을 둘러본 뒤 멀리 이동하지 않고 식사를 해결하고 싶다면 한옥마을 한복판에 있는 ‘한국관’으로 가면 된다. 비빔밥을 전문으로 하는 이 식당은 콩나물을 넣어 뜸을 들여 만든 콩나물밥 위에 신선한 야채와 나물을 얹어준다. 모든 야채와 나물은 ‘당일 소비’를 원칙으로 철저하게 관리하며 비빔밥에 들어가는 고추장은 인삼·더덕·매실·과일 등 10가지 이상의 재료를 사용해 직접 만든다. 육회 비빔밥과 돌솥 비빔밥, 인삼 비빔밥 등의 메뉴가 있다. 특히 이 식당의 대표 메뉴라고 할 만한 육회 비빔밥은 한가득 넣어주는 육회 덕분에 여행 중의 허기를 든든히 메울 수 있다.
저렴한 가격으로 이것저것 다양한 안주를 곁들여 소주 한잔 기울이고 싶다면 ‘진미집’을 추천한다. 겉모습은 다소 허름하지만 전주에서는 ‘맛집 중의 맛집’으로 통하는 곳이다. 빨갛게 양념을 한 뒤 직화로 구운 돼지 불고기는 살코기와 기름의 비율이 절묘해 부드러우면서도 쫀득쫀득한 맛이 일품이다. 식당에서 제공하는 비닐장갑을 끼고 먹는 양념 족발도 ‘진미집’의 별미 중 하나다. 특별할 것 없어 보이는 가락국수와 꼬마 김밥도 탱탱한 면발과 아삭아삭한 식감으로 젓가락질을 멈추지 못하게 만든다. 닭발 볶음과 오징어 볶음, 닭 모래집 등의 안주도 준비돼 있다.
거나하게 술 한잔 걸친 다음 날 해장이 하고 싶다면 콩나물국밥만 한 메뉴가 없다. 전주에는 허영만 화백의 만화 ‘식객’을 통해 소개되기도 했던 지역 명물인 ‘삼백집’ 본점이 있다. 70년 전통을 자랑하는 이 식당의 이름은 하루에 300그릇만 팔면 더 이상 영업을 하지 않고 문을 닫는다는 의미에서 붙여졌다. 콩나물과 청양고추·오징어로 우려낸 국물에 밥을 말아 반숙한 수란과 함께 먹으면 전날 과음으로 지친 속이 금세 내려간다. /글·사진(전주)=나윤석기자 nagij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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