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 션샤인’ 등장인물 이병헌과 김태리, 변요한이 숙적으로 얽힌 애달픈 운명을 예고했다.
7일 오후 첫 방송된 tvN 새 토일드라마 ‘미스터 션샤인’(극본 김은숙, 연출 이응복)에서는 미 해병대 장교 유진 초이(이병헌 분)가 미서전쟁에서 승리를 거둔 후 자신을 버린 조선을 차지하러 나타났다.
유진에게 조선은 악몽이었다. 유진이 9살 때 주인 김판서(김응수 분)는 노비인 자신의 부모를 때려죽였고, 겨우 도망친 유진은 신미양요(1871년) 때 미국군함에 승선해 희망 없는 조선을 벗어났다.
미국 땅에 발을 붙인 유진의 삶은 사춘기 시절까지 혹독함의 연속이었다. 미국인에게 극심한 인종차별을 겪고 단단해진 유진은 ‘진짜 미국인’ 신분으로 거듭나길 원했다. 그 때부터 유진은 미군의 길을 택했다.
1875년 이토 히로부미에게 단돈 오만 원에 조선을 팔아넘긴 이완익(김의성 분)의 배신으로 의병(김지원 분, 진구 분)들이 대거 목숨을 잃었다. 갓 태어난 의병의 딸 고애신(김태리 분)은 사대부 영애가 됐다.
김희성(변요한 분)은 할아버지 김판서의 과거 악행으로 유진과 숙적 관계에 놓였다. 김판서는 김희성에게 1년간 유학을 다녀오면 정혼자 고애신과의 혼인을 약속했다.
방송 말미 조선을 향해 총구를 겨누는 유진, 조선을 지키기 위해 무기를 든 애신, 꽃을 들고 애신을 찾아가는 희성, 신미양요 때 아버지를 잃고 일본으로 도망간 구동매의 힘겨운 싸움이 그려지며 격변과 상실의 시대 속 인물들의 기묘한 운명을 예고했다.
‘미스터 션샤인’은 신미양요(1871년) 때 군함에 승선해 미국에 떨어진 한 소년이 미국 군인 신분으로 자신을 버린 조국인 조선으로 돌아와 주둔하며 벌어지는 일을 그린 작품.
김은숙 작가와 이응복 감독이 ‘태양의 후예’, ‘쓸쓸하고 찬란하神 도깨비’ 이후 세 번째로 의기투합, 400억 원 가량의 제작비를 투입한 초대형 작품으로 실감나는 전쟁신, 디테일한 의상 등에서 완성도를 높였다. 그간 한국 드라마에서 볼 수 없던 1800년대의 미국 거리 풍경은 장엄하고 모던한 볼거리였다.
여기에 드라마는 이병헌, 김태리, 유연석, 김민정, 변요한 등 화려한 라인업으로 중무장했다. 2009년 ‘아이리스’ 이후 9년 만에 안방극장에 복귀한 이병헌은 상실감에 사로잡힌 미 해병대 장교 유진 초이로 변신해 압도적인 분위기로 시청자를 끌어당겼다. 김태리는 위태로운 조선에서 총기를 꺼내드는 사대부 영애 애기씨 고애신으로 분해 비애에 젖은 신여성을 그렸다.
엔딩에서 잠깐 선보인 바, 백정의 아들로 태어나 흑룡회 한성지부장에 오른 구동매 역의 유연석은 그간의 부드러움을 넘어선 카리스마를, 젊은 미망인 호텔 ‘글로리’ 사장 이양화이자 쿠도 히나 역의 김민정은 슬픔어린 집착을, 일본에서 10년을 유학하고 조선으로 들어온 고애신의 정혼자 김희성 역의 변요한은 애신을 향한 기다림을 각각 표현했다.
이로써 한국의 묵직한 항일투쟁 근대사를 그린 ‘미스터 션샤인’이 화려한 스케일 속 쓸쓸함을 지닌 캐릭터들의 운명적인 얽힘을 앞으로 어떻게 그릴지 기대감을 갖게 한다.
‘미스터 션샤인’은 매주 토, 일 오후 9시 방송된다.
/한해선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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