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 각국이 실업률은 낮은데 임금은 늘지 않는 일본적인 현상에 당황하고 있다.”
8일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들이 역대 최저 실업률을 기록하면서도 임금은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수준에 머물러 있는 현실을 이와 같이 비유했다.
미국은 6일(현지시간) 지난달 일자리 증가가 예상을 초과했지만 평균 시간당 소득은 줄었다고 발표했다. 26년 만에 최저 실업률을 기록한 일본도 올해 기업의 평균 임금 상승률이 2.07%로 아베 신조 총리가 요청했던 3%에 못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주요 선진국의 평균 임금 상승률은 2008년 금융위기 이전까지 매년 3% 성장을 이뤄왔지만 이후 1%대로 떨어진 뒤 지난해까지 이 수준을 벗어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임금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실업률은 올해 평균 5.3%까지 내려갈 것으로 전망돼 이미 2008년 이전 수준을 회복한 상태다.
이 같은 ‘일자리 수수께끼’가 계속되는 배경에는 저임금 일자리 증가와 더불어 일손 부족에서 촉발된 생산성 하락이 있다. 고령화에 따른 일손 부족이 잠재성장률을 끌어내리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노동생산성 향상에 기여할 수 있는 세대의 노동 참여율이 낮아지면서 경기회복에도 불구하고 기업들이 성장에 대한 기대를 갖기 어려운 환경이 됐다는 분석이다. 미 온라인 구인구직 사이트인 집리크루터의 캐시 발레라 연구원은 “노동자들에 대한 수요가 충분하지 않으면 노동시장이 침체될 수 있다”며 “이 경우 임금인상은 억제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유엔에 따르면 고소득 51개국의 15~64세 생산연령인구는 오는 2020년 7억8,000만명으로 정점을 찍고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미즈호증권의 가도마 가즈오는 “일본은 1998년부터 이미 감소가 시작됐다”며 “이 같은 현상은 성장에 대한 경영자의 기대감을 갖기 어렵게 해 결국 임금 인상에 신중해지게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IMF는 노동 투입 부족에 따른 성장력 저하를 막기 위해 이민 수용을 제언하지만 오히려 이민은 임금을 낮추는 측면이 있는 것으로 지적된다. 미 CNBC방송은 미국의 6월 고용 호조에 대해 “미국에 처음 입국한 60만명의 근로자가 임금을 낮게 유지하면서 전반적인 일자리 증가를 도운 부분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시장 전문가들은 임금 상승을 위해서는 고숙련 근로자 및 인재 유치에 대한 투자가 절실하다고 조언했다. 앙헬 구리아 OECD 사무총장은 “금융위기 이후로 고용은 늘면서도 임금 인상 없이 경제가 성장하는 구조적 변화가 나타났다”며 “특히 숙련도가 낮은 근로자들을 도와주는 것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박민주기자 parkmj@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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