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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상적인 그림책...에쿠니 가오리와 임경선 작가가 만났다

미디어창비 '나비' 출간





섬세하고 세련된 문체와 감성 화법으로 일본뿐 아니라 국내에서도 많은 사랑을 받는 베스트셀러 작가 에쿠니 가오리의 그림책 ‘나비’가 ㈜미디어창비에서 출간되었다.

에쿠니 가오리는 유명 소설가지만 그림책과 동화, 번역과 에세이 집필까지 폭넓게 활약하면서 일본 문학 최고의 감성 작가로 자리매김했고, 요시모토 바나나, 야마다 에이미와 함께 동 영역을 넓히면서 참신한 감각을 구현하는 독자적인 작품 세계를 일궈왔다. 1992년 ‘반짝반짝 빛나는’으로 무라사키 시키부 문학상을, 2004년 ‘울 준비는 되어 있다’로 나오키상을 수상, 일본의 3대 여성 작가로 손꼽힌다. 그림책에 대한 조예 역시 상당히 깊은 것으로 알려진 그는 마가렛 와이즈 브라운, 데이비드 위즈너, 루드비히 베멀먼즈와 같은 영미권 아동 작가들의 작품을 번역하기도 했다.

‘나비’의 번역은 가장 좋아하는 일본 작가 중 하나로 에쿠니 가오리를 꼽는 작가 임경선이 맡았다. 감각적이고 세련된 감수성을 자랑하는 에쿠니 가오리와, 솔직한 이야기와 정갈한 문체로 사랑받는 임경선의 절묘한 협업으로 최고의 완성도를 자랑하는 그림책으로 새롭게 탄생한 ‘나비’를 국내 독자들에게 선보인다.

‘나비’는‘몬테로소의 분홍 벽’ 이후 두 번째로 국내에 출간되는 에쿠니 가오리의 그림책이다. 전작이 행복을 찾아 떠나는 고양이의 모험을 그렸다면 화가 마쓰다 나나코와 함께한 ‘나비’는 귀여운 나비의 환상적인 비행 행로에 자연스럽게 스며들고 빠져들게 함으로써 모든 독자들에게 무한한 자유와 상상을 선물한다.



공기 속을 가로지르며 과감하게 날갯짓하는 나비가 바다와 노을과 밤의 세계를 날아다니는 것을 보고 있으면 독자 또한 먼 곳으로 떠날 수 있을 것만 같은 해방감을 맛볼 수 있다. 자유롭게 춤추는 나비의 모습을 쫓아가다 보면 어느새 독자 스스로 의식의 제한을 벗어나 드넓은 외부 세계로 날아갈 것만 같다. 에쿠니 가오리 특유의 압축적이면서도 세밀해서 시와 같은 문장은 나비의 날개가 팔랑거리듯 날아들어와 읽는 이의 마음속에 고요히 물결치며 파동을 일으킨다.

이 책은 뛰어난 색채 감각을 인정받은 화가 마쓰다 나나코의 ‘제1회 MOE 그림책 그랑프리’ 수상작으로도 큰 주목을 받았다. 이후에 그의 그림에 매혹된 에쿠니 가오리가 글 작업에 참여해 글과 그림이 완벽하게 조화를 이룬 그림책으로 탄생했다.

노랑, 빨강, 파랑, 검정 등 뚜렷한 개성을 갖춘 각 장의 색이 조화롭게 이뤄져 화려하면서도 몽환적인 마쓰다 나나코의 그림은 표지부터 본문 끝까지 구상과 추상을 넘나들며 마치 다채로운 꽃을 피워내듯 진행된다. 에쿠리 가오리의 글과 아름답고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며 나비는 머리핀, 과일, 반지, 신발끈 등으로 변주되고, 소리가 되기도 하고 시공을 뛰어넘는 고요가 되기도 한다. 나비는 숨을 쉬고 보고 듣고 웃고, 잠이 들고 꿈을 꾸기도 한다. 이 환상적인 그림책 곳곳에 눈길이 머물다가 책장을 덮으면 마치 ‘장자(莊子)의 나비’처럼 한바탕 꿈을 꾼 듯 황홀하면서도 오랜 여운을 느낄 수 있다. 에쿠니 가오리 특유의 섬세한 감성 세계가 고독하면서도 자유로운 순간순간을 즐기는 나비가 되어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독자의 마음을 오롯이 사로잡으며 행복한 기운을 듬뿍 불어넣어준다.

/연승기자 yeonvic@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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