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의 한 고위 관계자는 9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우리의 재배치 논의가 진행된 적이 없다”며 “북한이 상응하는 조치를 취하지 않는데도 우리 군의 일방적인 조정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최근 배치 재조정 얘기가 나오는 이유에 대해서는 “전방 지역에 신축 예정인 시설 공사의 매몰 비용을 검토하고 일부 시설에 대해 공사 시작을 최근 보류했다”며 “이 때문에 부대 재배치론이 퍼지는 것 같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부대 재배치가 작전 차원에서는 단 한 번도 검토된 적이 없다”고 덧붙였다. 그는 “설령 전방 부대의 후방 철수를 추진하고 싶더라도 국토 대부분의 땅값이 비싸 어떤 부대든 옮길 부지가 없다”며 “적절한 땅이 있으면 말해달라”고 되물었다.
박근혜 대통령 시절부터 국정 추진과제였던 ‘비무장지대(DMZ)의 평화지대’ 방안에 대해서도 그는 “북한의 입장 때문에 쉽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보였다. 북한이 군사분계선(MDL) 북쪽 2㎞에 그어진 DMZ 북방한계선을 파먹고 들어온 이른바 전진철책을 뒤로 물려야 하며 우리보다 많은 GP(비무장지대 안 전진소초)를 없애야 하는 부담을 안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은 지난 2005년 7월 남북 군사회담 실무대표 회담에서도 DMZ 내 GP를 공동 철수하자는 우리 측 제안에 부정적으로 반응했다. 군의 다른 관계자는 “우리 군과 달리 과학화 관측 및 감시 장비가 거의 없는 북한의 입장에서 DMZ 내 GP 철수는 어려울 것”이라며 “이전 비용도 북측에는 부담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군 관계자는 “우리 측이 협상의 주도권을 쥘 수 있는 사안에 대해 먼저 조치를 취하는 일은 결코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국방부는 이날 해병 2사단과 육군 7군단 재비치 추진 보도에 대해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는 입장 자료를 내놓았다. 국방부 관계자는 “이들 부대가 이전하려고 해도 옮길 만한 부지가 없다”며 “땅값이 크게 올라 육군의 주요부대는 휴전선 인근에 배치될 수밖에 없는 형편”이라고 말했다. 육군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4~5년 전에도 최전방의 과학화 경계 비중을 높이고 후방 지역에 최소한 연대급 병력이 한꺼번에 주둔하는 방안을 추진했으나 크게 치솟은 땅값 때문에 백지화한 적이 있다”고 설명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군축과 군대 재배치는 남북 간 신뢰관계가 완전히 구축된 후에야 가능할 것”이라며 “통일 직전의 상황이라고 해도 육군의 주력 부대는 부동산 가격 때문에 이전할 곳이 없기는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권홍우기자 hongw@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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