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전기자동차 업체 테슬라가 중국 내 자동차 판매가격을 20% 인상했다.
9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테슬라는 지난 8일까지 중국에서 판매하는 세단 ‘모델S’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모델X’에 대해 홈페이지 등에 표시된 판매가격을 각각 20% 올렸다. 이에 따라 모델S는 가장 싼 모델의 가격이 기존 71만위안(약 1억1,800만원)에서 84만위안(약 1억4,000만원)으로 2,200만원 가량 올랐다.
테슬라는 미국 캘리포니아주에만 완성차 조립공장을 두고 있으며 현재 테슬라가 중국에서 판매하는 전기차는 전량 미국에서 수입하는 모델이다. 테슬라 측은 구체적인 가격 인상 내역과 향후 판매에 미칠 영향 등과 관련해 “논평할 게 없다”고 밝혔다.
지난해 테슬라가 전 세계에 판매한 전기차 10만3,000대 가운데 15%는 중국에서 팔렸으며 테슬라의 지난해 중국 매출은 20억달러로 전년의 2배 수준에 달했다.
■인하 선언 뒤집은 이유는
中, 미국차에 25% 추가관세 매겨
현금 유동성 부족도 인상에 한몫
5월 중국에서 판매하는 모든 자동차 모델 가격을 인하하겠다고 선언했던 테슬라가 돌연 판매가격을 대폭 올린 것은 미국과 중국 간 무역전쟁의 여파 때문이다. 중국 정부는 1일부터 수입자동차 관세를 기존 25%에서 15%로 인하했지만 미국산 자동차에는 6일부터 25%의 추가 관세를 매기기로 결정한 바 있다. 앞서 5월 수입차 관세를 내리기로 했지만 미국이 340억달러(약 38조원)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관세 폭탄을 투하하자 이에 상응하는 보복관세 부과에 나선 것이다. 이에 따라 미국에서 수입되는 테슬라 차량에는 40%의 관세가 부과되고 있다.
게다가 아직 가격 인상에 신중한 태도를 보이는 다른 자동차 업체들과 달리 테슬라는 ‘모델3’ 생산 지연으로 현금 유동성에 압박을 받아온 터라 중국 당국의 관세부과 조치에 유독 발 빠르게 가격 인상 결정을 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 포드사는 현재로서는 중국으로 수출되는 포드와 링컨 모델 가격을 인상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미국에서 SUV를 조립해 중국으로 들여오는 독일 BMW와 다임러는 구체적인 답변을 피하고 있다.
/박홍용기자 prodig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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