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퇴임하는 앤서니 케네디 연방대법관 후임으로 보수 성향의 브렛 캐버너(53) 워싱턴DC 연방항소법원 판사를 지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0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대법관 지명자를 발표하며 “캐버너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자격을 갖췄고 법에 따라 평등에 헌신한 인물”이라며 “그는 동료들로부터 판사 중의 판사, 진실한 생각을 갖춘 리더로 평가된다”고 극찬했다. 캐버너 지명자는 “부족한 사람을 지명해주신 대통령께 감사드린다”며 “그동안 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며 헌법과 권력의 분립이 자유를 수용하는 데 중요하다고 강조해왔고 앞으로도 이를 실천할 것”이라고 말했다.
메릴랜드주 출신으로 예일대 로스쿨을 졸업한 캐버너 지명자는 지난 1998년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섹스 스캔들’ 당시 케네스 스타 전 특별검사팀 소속으로 보고서 초안 작성 때 주도적인 역할을 한 인물이다. 2003년 조지 W 부시 대통령 시절 백악관 고문으로 근무했으며 2006년 판사로 임용돼 상원 인준을 통과했다.
외신들은 그동안 대법원의 ‘균형추’ 역할을 해온 케네디 대법관 대신 보수 성향의 캐버너 판사가 합류하면서 미 연방대법원이 보수 5명, 진보 4명으로 무게추가 오른쪽으로 기울 것으로 전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캐버너 판사는 지난해 내가 지명한 닐 고서치 대법관과 마찬가지로 탁월하고 법적 마인드를 갖추고 있다”며 캐버너 지명자의 보수 성향을 우회적으로 암시했다.
다만 그의 상원 인준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백악관과 공화당은 인준절차를 최대한 빨리 진행한다는 방침이지만 민주당은 낙태와 동성결혼 등의 현안을 후퇴시킬 수 있다며 인준에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상원에서는 공화당 51석, 민주당과 무소속 49석으로 공화당이 근소한 우위를 점하고 있다.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이날 CNN과의 인터뷰에서 오는 9월 이전에 인준 청문회를 열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CNN은 “캐버너가 대법관으로 확정되면 대법원이 지금보다 더 우클릭하도록 만드는 보수 성향 재판관 5명의 블록이 형성되는 것”이라며 “성 소수자, 이민, 건강보험 법안 등 버락 오바마 전임 정부 시절에 추진된 진보적인 정책들이 위험에 처할 수 있다”고 전했다.
/박홍용기자 prodig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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