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반 6분 프랑스 수비수 사뮈엘 움티티의 헤딩 결승골이 터지자 파리시청 앞에 설치된 대형 스크린을 통해 경기를 지켜보던 2만여 명의 시민들은 일제히 함성을 질렀다. 프랑스 삼색기의 파란색, 흰색, 붉은색 옷을 입은 시민들은 서로 얼싸안고 춤을 추며 기쁨을 만끽했다.
프랑스가 2018 러시아 월드컵 준결승에서 벨기에를 꺾고 12년 만에 결승에 오른 11일(한국시간) 프랑스 전역은 후끈 달아올랐다. AFP통신에 따르면 이날 샹젤리제 거리 등 파리 곳곳에선 프랑스 국가 ‘라 마르세예즈’와 ‘비바 라 프랑스’(프랑스 만세) 구호가 끊이지 않았다. 폭죽과 홍염이 잇따라 터지고 자동차들은 쉼 없이 환호의 경적을 울려댔으며 흥분한 시민들은 버스 위에 올라 국기를 흔들어댔다.
이날 파리 시청 앞엔 1,200여명의 병력이 투입되는 등 프랑스는 2015년 11월 파리 테러 이후 최고 경비 태세로 불의의 사고에 대비하기도 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스타디움에서 직접 경기를 관전하며 현장에서 선수, 관중들과 기쁨을 나눴다.
프랑스 축구팬들은 대표팀이 1998 프랑스 월드컵 이후 20년 만에 우승컵을 들어 올릴 것이라는 기대감에 부풀어 있다. 당시 우승 이후 거대한 파티장으로 변했던 샹젤리제 거리엔 이날도 수많은 시민이 쏟아져나와 20년 전의 환희를 재현했다. 1998년에 18살이었다는 한 팬은 AFP통신에 “(프랑스가 우승한 날은) 내 인생에 가장 아름다운 밤이었다”며 “이번에 다시 되풀이될 것”이라고 말했다. 프랑스 월드컵 이후에 태어난 17살 여성 팬은 “이제 우리만의 ‘1998’을 경험하게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불의의 사고도 있었다. 경기 종료 직전 니스에서 펼쳐진 불꽃놀이에 사람들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뒤엉켜 넘어져 27명이 다쳤다고 로이터통신은 보도했다.
열광의 도가니인 프랑스와 달리 이웃 벨기에의 분위기는 가라앉았다. 이날 벨기에 수도 브뤼셀 도심에서 준결승을 지켜본 수천 명의 시민은 0-1 패배에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비록 첫 결승 진출은 좌절됐으나 시민들은 잘 싸운 대표팀에 아낌없는 격려를 보냈다. 축구팬들과 어울려 거리에서 경기를 본 샤를 미셸 벨기에 총리는 경기 후 트위터에 “투지와 용기로 이뤄낸 멋진 성과”라며 “우리 ‘붉은악마’(벨기에 대표팀)들에게 경의를 표한다”고 썼다.
/홍승희인턴기자 shhs9501@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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