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정부 시절 김 대통령의 3남 홍걸씨를 등에 업고 각종 이권에 개입했던 최규선씨가 이번에는 자신이 운영하는 회삿돈 수백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징역 9년을 확정받았다.
대법원 1부(주심 김신 대법관)는 지난달 28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 등의 혐의로 기소된 최씨 상고심에서 징역 9년과 벌금 10억원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고 11일 밝혔다.
최씨는 지난 2008년 이라크의 쿠르드 자치정부 전력부와 발전설비 공사 계약을 맺는 과정에서 대금 230만 달러(한화 약 30억원)를 자신이 대표이사로 있던 유아이에너지가 아니라 개인 회사인 유아이이앤씨 계좌로 송금 받은 혐의를 받았다. 또 2007년 유아이에너지 법인 자금 48억원을 자신의 비서가 운영하는 회사에 대여한 것처럼 회계 처리한 뒤 곧바로 인출, 개인 빚과 유아이이앤씨 채무를 갚는 데 쓴 혐의도 있다. 2007년부터 2008년까지 단기대여금, 선급금 등의 명목으로 최씨가 유아이에너지와 현대피앤씨 법인 자금을 횡령한 액수는 각각 74억원, 121억원에 달했다.
1심은 “최씨는 주식시장에 대한 신뢰를 훼손하고 불특정 다수의 투자자들에게 예측하지 못한 손해를 입게 했다”며 징역 5년과 벌금 10억원을 선고했다. 아울러 영사관 신축공사와 관련해 주한 사우디아라비아 대사에게 로비를 해준다며 건설사 대표로부터 5억여원을 가로챈 혐의로 별도의 재판을 받고 지난해 8월 징역 1년을 추가 선고받았다.
1심 선고 후에는 건강을 이유로 구속집행정지 결정을 받아낸 뒤 도주했다 보름 만에 붙잡히기도 했다. 최씨는 검거 전 지인들에게 차명폰을 제공한 혐의로 징역 1년을 또 선고받았다.
세 사건이 병합돼 열린 2심에서는 혐의 일부를 무죄로 본 사우디아라비아 대사 로비 대가까지 전부 유죄로 판단했다. 형량도 1심 결과를 모두 더한 것보다 무거운 징역 9년과 벌금 10억원으로 늘었다. 대법원도 2심 판단이 옳다고 봤다.
최씨는 지난 2002년 김대중 전 대통령의 3남 홍걸씨와의 친분을 이용해 기업체 등에서 뒷돈을 받은 ‘최규선 게이트’의 장본인이다. 전남 나주 출생인 최씨는 1994년 미국 버클리 대학 재학 시절 홍걸씨를 만나 의형제를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이 인연으로 1997년 대통령선거 당시 김대중 국민회의 총재의 국제담당 보좌역, 1998년에는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대통령당선자 보좌역으로 활동했다. 당시 홍일·홍업씨를 비롯해 홍걸씨까지 잇따라 대형비리 사건에 연루되면서 세간에서는 이들을 이른바 ‘홍삼트리오’로 풍자했다. 최씨는 해당 게이트로 지난 2008년 대법원에서 징역 2년과 추징금 4억5,000만원을 확정 받았다.
/윤경환기자 ykh2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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