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출근 시간에 SC제일은행 본점 1층은 잠시 정차한 차들로 붐빈다. 본점 건물에 마련된 직장어린이집에 자녀를 맡기려는 부모들이다. 아이들은 엄마와 아빠에게 꼭 붙어 안 떨어지겠다고 보채기도 하고 재잘대며 씩씩하게 문을 들어서기도 한다. 이 모습을 보며 귀여워 웃다가도 한편으로는 ‘아이들을 키우며 직장에 다니는 부모들을 위해 또 어떤 것이 필요할까’ 생각을 하게 된다.
필자 세대의 많은 이들은 아이를 낳고 키우는 것을 경제력을 막론하고 때가 되면 누구나 따라야 하는 당연한 순서라고 여겼다. 또한 노후부양을 책임져줄 미래에 대한 안정적인 투자로 생각하기도 했다. 하지만 요즘에는 굳이 자녀에 의미를 두지 않고 맞벌이로 자신들의 삶을 즐기는 데 집중하려는 딩크족도 있고 출산과 육아를 경제활동에서의 자본투자 논리로 바라보고 원금 손실마저 우려되는 비경제적인 투자는 하지 않겠다는 젊은이들도 늘어나는 것 같아 안타깝다.
SC제일은행은 ‘시차출퇴근제’를 하고 있다. 오전11시까지 30분 단위로 출근 시간을 늦추고 이에 맞게 퇴근 시간을 조정할 수 있다. 일과 삶의 균형을 통해 근무 집중도를 높이기 위함이다. 집 근처에서 자녀를 어린이집에 보내는 직원들과 아침에 운동이나 취미생활을 즐기는 직원들이 많이 활용한다. 시행해보니 좋은 점이 많다. 늦게 출근하는 직원으로 인해 팀워크가 깨지고 업무 처리가 지연되는 등 효율성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있었으나 결과는 그렇지 않았다. 직원들이 서로의 생활에 관심을 가지고 이해하게 되며 도움을 주려는 협력적인 분위기가 오히려 팀워크에 도움이 되기도 한다. 아침에 자녀를 직접 어린이집에 맡기고 조금 늦게 출근하는 직원들은 오후에만 도우미를 고용하면 되니 경제적 부담도 덜었다. 편안한 마음에 업무에 더 집중할 수 있고 조금 늦게 남아 다른 직원들의 잔무를 대신 처리해줄 수도 있다. 다만 영업점에서는 업무 특성 때문에 참여하지 못하는 직원들도 많아 안타깝다. 이들에게는 다른 형태의 지원이 필요할 것이다.
아이를 낳고 키우는 것을 투자수익률처럼 셈할 수는 없다. 다음 세대를 이어나가는 것은 우리 사회를 지탱하는 가장 기본적인 덕목이며 육아와 교육은 부모의 존재 가치를 확인하는 성스러운 전수(傳受) 과정이다. 더욱이 여성의 사회진출과 역할이 늘어나는 지금 이를 출산 적령기 부부의 경제적 여력이나 가치관에 따른 선택에만 맡길 문제는 아니다. 출산장려지원금이나 직장어린이집과 같이 예산을 전제로 한 제도적 뒷받침 외에도 기업이 나서서 근무환경과 기업문화 개선을 통해 출산과 육아를 장려하는 직장 분위기를 조성해주는 것이 더 중요해 보인다. 첫 아이를 키워보면 둘째를 낳을지 말지 판단이 선다. 출산장려는 이렇게 가까운 곳에서부터 시작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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