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사카가 먹거리 천국이라고 익히 알고 있었지만 이번에 와서는 쇼핑 도시로 변모했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습니다. 쇼핑몰·전통시장·패스트패션·스포츠브랜드·드러그스토어·백화점 등이 한데 몰려 있으니 쇼핑과 외식이 원스톱으로 해결돼 편하네요.”
최근 일본 오사카 유통현장을 취재했을 때 현지에서 만난 30대 한국인 관광객은 “사드 여파 이후 중국인들이 왜 한국보다 일본을 선호하는지 알게 됐다”며 “한국이 화장품을 앞세운 면세점 쇼핑 한 번으로 그 매력을 다했다면 도쿄·오사카는 재방문 요소들을 상당히 많이 갖췄다는 점에서 높은 경쟁력을 갖고 있다”고 혀를 내둘렀다.
주말이 아닌 주중 대낮에도 오사카는 수많은 관광객들로 붐볐다. 대형 드러그스토어의 ‘택스프리’에는 줄지어 선 관광객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고 한국·중국·동남아시아·유럽 관광객들은 경쟁하듯 두 손에 한가득 쇼핑백을 들고 있었다.
그렇다면 이같이 변모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해답은 일본의 쇼핑몰과 혁신에 성공한 전통시장에서 찾을 수 있었다. 그렇다면 한국은 어떤가. 기자뿐 아니라 업체들도 ‘유통 규제’라는 큰 벽 앞에서 좌절감을 느끼고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는 정부와 정치권이 표심을 위해 가족 단위의 주말 여가 공간인 복합쇼핑몰에 대해 월 2회 의무 휴업을 추진하고 심지어 편의점 출점마저 족쇄가 채워질 정도로 규제 천국이다. 반면 일본은 시장의 자율 경쟁에 맡겨 모든 유통 주체들이 강한 경쟁력을 갖고 있다.
실제로 오사카의 대표적인 전통시장인 도톤보리의 소상공인들은 경쟁력이 없으면 도태된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스스로 변화를 추구하며 강한 자만 살아남았고, 살아남아 더 강해졌다. 소비자들을 유인하기 위해 엔터테인먼트적인 요소를 결합해 정부의 지원을 받아내는가 하면 인근 대형 백화점, 쇼핑몰, 여타 브랜드들과 파트너십을 맺어 모두가 시너지를 내고 있었다.
그들의 목적은 단 하나, 소비자의 만족이다. 그러나 한국은 정부도, 정치권도, 유통업체도, 골목상권의 소상공인들도 규제를 외치고 규제 때문에 울고 규제를 요구할 뿐이다. 여기서 소비자는 찾아볼 수 없다. 피해는 고스란히 나와 내 가족, 내 이웃이 짊어지고 있다. 미세먼지 등 환경적인 영향에 따라 여가 장소로 실내를 선호하는 사람들이 늘었지만 주말에 가족이 누릴 여가 공간까지 정부가 나서서 막아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이해할 수 없다.
얼마 전 만난 워킹맘인 한 친구가 “출산율이 낮다고 아이를 많이 낳으라는 정부가 아이를 키우기 좋지 않은 환경을 죄다 만들고 있어 원망스럽다”고 울분을 토하는 것을 듣고 씁쓸한 마음을 지울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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