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종된 형 대신 판사가 된 전과 5범, 책에서 벗어난 그의 ‘사이다 재판’이 딱딱하고 어렵게만 느껴졌던 법정드라마에 통쾌한 한방을 날릴 준비를 마쳤다.
11일 오후 서울 양천구 목동 SBS사옥에서 SBS 새 수목드라마 ‘친애하는 판사님께’ 기자간담회가 진행됐다. 윤시윤, 이유영, 박병은, 나라가 참석해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친애하는 판사님께’는 실종된 형 대신 판사가 된 전과 5범 한강호(윤시윤 분)가 ‘실전 법률’을 바탕으로 통쾌한 판결을 내리는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드라마 ‘추노’로 두터운 팬층을 확보한 천성일 작가의 작품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미스 함무라비’, ‘스위치-세상을 바꿔라’, ‘슈츠’ 등 최근 많은 법정드라마가 방송된 만큼 장르에 대한 피로감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이에 배우들은 작품의 독특한 매력이 있다며 시청자에 충분히 어필할 수 있다고 자신을 보였다.
윤시윤은 아이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그는 “아이의 시선으로 보면 어려운 것이 단순명료해지고, 원론적인 것도 깨닫게 된다. ‘친애하는 판사님께’에서는 강호가 아이의 시선을 맡는다”고 말했다.
이어 “강호가 어른이 되려고 한다면 수많은 법정물 중 하나가 되는 것에 불과하다”며 “위험하고 어려운 도전이지만, 캐릭터가 입체적이고 설득력이 있는 만큼 내가 잘 해내면 시청자가 법정물 홍수 속에서도 염증을 느끼지 않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극중 강호는 일반적인 사람들의 수준 이하로 말을 해줘야 알아듣는 사고방식을 갖고 있다. 강호가 혼란스러워하고 있으면 주변에서 강호 수준에 맞게 떠먹여줄 것”이라며 “법을 떠나서 정의와 질서를 아주 쉽게 풀어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한강호 밑에서 실무실습을 하는 사법 연수원생 송소은으로 출연하는 이유영도 같은 의견을 냈다. 그는 “강호가 판사인 척하면서 나오는 코믹 요소가 재밌다”며 “판사님이 망나니인 줄 모르고 존경하는 눈빛으로 바라보고 다가가는 송소은과의 호흡도 재밌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송소은은 끊임없이 실수를 한다. 다른 사람을 도와주려고 하는데 더 힘들게 만들기도 하는 등 성장하는 과정이 있다”며 “어떤 것이 정의이고 맞는 것인지 고민하면서 불 수 있는 점이 관전 포인트”라고 전했다.
가장 주목해야할 부분은 윤시윤의 1인2역이다. 최고의 두뇌를 지닌 한수호 판사와 전과 5범 한강호를 오가야 하는 그는 “똑같이 생겼지만 성격은 정 반대인 두 사람을 재미있게 표현하는 것이 관건”이라며 “주변에서 어깨와 허리 좀 피라고 할 만큼 자라목이 있다. 이걸 착안해 한수호는 어깨를 펴고, 한강호는 심한 자라목으로 표현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유영, 박병은, 나라 역시 윤시윤의 노력을 추켜세웠다. 박병은은 “어느날 촬영장에서 인사하니까 윤시윤이 전혀 다른 사람 같더라”며 “알고보니 그 전에 촬영한 건 강호였고 그날은 수호였던 거다. 저게 배우구나 싶었다. 신기하면서 좋은 경험이었다”라며 칭찬했다.
수호의 여자 친구이자 강호와 미묘한 관계로 얽히는 아나운서로 출연하는 나라는 “몸이 굽어서 나오는 것과 펴서 나오는 것의 차이를 잘 알 것 같더라. 대본 리딩했을 때와도 전혀 다른 사람인 것 같아서 신기했다”고 덧붙였다.
법무법인 상속자이자 야심가로 등장하는 박병은은 “법정물이 많이 나온 것이 사실이고 시청자들이 염증을 느낀 것도 사실”이라며 “우리 작품은 인간 군상의 이야기를 한다. 서로 충돌하고 사랑하고 연민한다. 법정드라마의 염증을 치료해줄 수 있는 소염제같은 드라마가 되지 않을까”라고 기대를 높였다.
한편 ‘친애하는 판사님께’는 오는 25일 오후 10시 첫 방송
/양지연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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